보증기간 지난 배터리 교체 중 ‘펑’…정상화까지 ‘2주’ 전망

보증기간 지난 배터리 교체 중 ‘펑’…정상화까지 ‘2주’ 전망

[이데일리 함지현 이영민 기자] 교통 서비스부터 민원 서류 발급·부동산 거래 차질까지. 시민들의 일상이 멈추게 만든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는 정부의 국가전산망 체계를 되돌아볼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국정자원 화재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취약계층 관련, 중요 민생 시스템은 밤을 새서라도 최대한 신속하게 복원하기 바란다”며 “이번 화재가 국가 행정망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중장기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상황실에서 열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24 등 647개 시스템 중단…정상화는 ‘난망’

28일 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밤 8시 15분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정자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5층 전산실에서 13명의 작업자들이 리튬배터리 이전 작업을 하던 중 배터리 1개에서 불꽃이 튀어 발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정자원은 중앙·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의 핵심 정보통신(IT) 시스템이 집중된 곳으로, 본원인 대전 센터와 분원 개념인 광주·대구센터에는 정보시스템 1600개가 보관돼 있다. 이 중 화재로 가동이 중단된 시스템 647개는 대전에 있었다.

국정자원은 이른바 지난 2022년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예산을 확보해 단계적으로 배터리를 지하로 내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전산실 내에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배터리가 같이 있어 배터리 불이 나면 전산 장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 1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배터리는 지난 2014년 8월 설치돼 보증기한인 10년이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화재와 관련한 원인 규명을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화재로 1명이 1도 화상을 입었고, 520.84㎡ 규모의 전산실이 거의 전소되면서 전산장비 740대, 배터리 384대가 영향을 받았다. 이로 인해 권익위국민신문고, 과기부 인터넷우체국, 행정안전부 정부24 등 647개 업무 시스템이 가동 중단됐다. 이 중 국민이 직접 이용하는 대국민 서비스가 436개, 공무원 업무용 행정내부망 서비스는 211개다. 특히 96개 시스템은 화재로 직접적인 물리적 손상을 입었다. 다만, 구체적인 목록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다음날 6시 30분 초진에 성공했고 22시간만인 오후 6시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 서비스 복구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화재로 전소된 배터리 384개는 27일 밤 9시 모두 화재 현장에서 반출 완료했고 안정적 시스템 운영에 필수적인 항온항습기는 28일 새벽 복구를 완료해 현재 정상 가동 중이다.

네트워크 장비 재가동도 진행해 28일 오전 7시 기준 50% 이상, 핵심 보안장비는 총 767대 중 763대(99%) 이상 재가동을 완료했다. 통신·보안 인프라 가동이 완료되면,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551개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재가동할 계획이다. 다만 언제쯤 완전히 가동될지는 현재로서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직접 피해를 입은 96개 시스템은 물리적 손상을 입은 만큼 전소된 환경이 아닌 이전해 복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재가동까지 약 2주 관측…모바일 신분증 ‘일부 정상화’

시스템이 조기에 복귀돼도 전체적인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광주와 대구 등 다른 센터에 데이터가 백업돼 있으나, 센터 간 거리가 멀어 데이터베이스를 동기화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정자원은 화재로 큰 피해가 난 5층 7-1 전산실 내 96개 시스템에 대해 대구센터 내 민관협력형 클라우드 서비스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전소된 시스템이 대구센터에서 새롭게 가동되는 데까지는 약 2주가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전해지고 있다.

전소된 96개 시스템에는 국민신문고와 국가법령정보센터, 공무원의 행정업무망인 온나라시스템 등 정부 핵심 정보시스템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온나라시스템은 공무원들이 내부에서 문서를 제출하는 등 업무를 보는 데 필수적인 시스템이다. 모바일신분증의 경우 신규 발급·재발급을 제외한 모든 기능이 정상화됐다.

정부는 국정자원 내 전산실의 통신·보안 장비복구를 모두 마치는 대로 551개 시스템에 대한 순차 재가동을 통해 정상적인 서비스가 가능한지 점검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가정보 자원은 총 3개의 센터가 있어 재해 복구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며 “다만 최소한의 규모로 돼 있기도 하고 데이터 백업 형태로만 돼 있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스템별로 조금씩 다르게 돼 있어 재해 복구 시스템을 가동할지 아니면 원 시스템을 복구할 지 판단해 대응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라며 “피해 상황을 봐서 판단하겠다”고 부연했다.

27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 창문이 화재로 깨져 있다.(사진=연합뉴스)

◇“행안부의 국가전산망 관리 큰 과오…보안 기술 키워야”

시민들의 불편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응에 나선다.

현재 승차권 예·발매 등 대부분의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나, 정부전산망과 연계되는 일부 교통분야(버스·철도·항공 등)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버스·철도는 우체국 체크카드 결제와 다자녀·국가유공자·장애인 할인이 차질을 빚고, 항공기 탑승 신분 확인 시 모바일 신분증 확인도 불가하다.

택시운수종사자 관리시스템 오류로 기사자격 신청 및 등록, 자격증 발급 등이 중단됐고, 자동차365 누리집 등록민원은 온라인 신청 불가하다. 화물운송실적관리시스템, 국가물류통합정보시스템도 접속이 되지 않고 있다.

중대본은 철도, 버스 등 할인 승차권 예·발매 및 항공편 탑승 시 실물 신분증 등의 증명서류를 지참할 것을 당부했다. 또 시스템 복구 시까지 항공기 탑승을 위한 신분 확인 인정 범위는 개인 신분증 사본과 정부기관 대체 누리집, 은행·토익·회사 등 민간 애플리케이션(앱) 등까지 확대 운영한다.

그럼에도 이번 화재로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행안부는 국가 정보망 보호를 위해 서비스수준협약(SLA) 표준안을 마련했지만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행안부는 ‘장애조치 최대 허용시간’을 필수 지표로 설정하고 1등급은 2시간, 2등급은 3시간 내 조치를 완료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SLA 표준안을 마련했다. 내년까지 시범 적용 후 2027년부터 모든 기관에 의무적용할 계획이다.

지자체 차원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화재 즉시 450명의 전담인력으로 구성한 ‘상시 장애 대응 체계’를 즉각 가동해 장애 현황 파악 및 공유를 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까지 화재로 영향을 받은 주민등록·복지·청년·교통 등 대시민서비스 38건 중 27건은 수기 접수, 대체 인증, 직접 입력 등을 활용해 시민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운영 준비를 마쳤다.

중앙부처와 연계된 18개 서비스에서 온라인 민원 신청이 중단된 경기도 역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중단된 서비스와 대체 창구를 안내하고 있다. 또한 국민신문고 장애 복구시까지 120 콜센터 비상근무를 실시한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상황대책반을 가동하며 119 이동전화위치정보시스템 등 장애가 발생한 소방관련 시스템에 대한 대안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 전산망 업그레이드와 보안 기술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안부의 국가전산망 관리에 큰 과오가 있다고 본다. 전문가를 많이 양성하고, 보안 기술을 키워야 한다”며 “전산망을 바꾸는 것은 사실 엄청난 예산이 들지만, 사고가 난 시점에서 전체적인 국가전산망을 재설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대전시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을 찾아 화재 관련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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