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마귀’가 제목을 바꾸지 못한 이유

두 ‘사마귀’가 제목을 바꾸지 못한 이유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드라마와 영화, 두 편의 〈사마귀〉가 연달아 공개됐다. 9월 5일 첫 방송을 시작해 9월 27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은 고현정이 타이틀롤을 맡았고, 9월 2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사마귀〉에서는 임시완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보통 이런 경우 혼선을 피하기 위해 누군가 제목을 바꾸는 것이 업계의 관례. 그러나 두 작품 모두 끝내 ‘사마귀’를 고집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제 두 작품이 모두 베일을 벗은 시점, 그 사정을 짚어본다.


고현정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SBS 새 금토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포스터

SBS 금토드라마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 스틸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에서 ‘사마귀’는 단순한 제목을 넘어선다. 연쇄살인마 정이신(고현정)에게 붙은 이 별명은 교미 후 수컷을 잡아먹는 암컷 사마귀의 습성에서 비롯됐다. 다섯 명의 남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그녀의 행위를 압축하는 상징이다. 프랑스 드라마 〈사마귀(

)>를 리메이크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일부 리메이크 계약에는 원작 타이틀을 가능한 그대로 쓰도록 하는 조건이 포함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극 중 모방범죄가 등장하고, ‘사마귀’라는 단어가 대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며 작품의 키워드로 기능한다. 다른 제목을 붙일 여지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결국 제작진은 부제 ‘살인자의 외출’을 더해 차별화를 꾀했다. 〈화차〉의 변영주 감독, 〈서울의 봄〉의 이영종 작가가 의기투합한 이 드라마는 6~7%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임시완 〈사마귀〉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 포스터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 스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사마귀〉의 사정은 더 복잡하다. 주인공 킬러 이한울(임시완)의 코드네임 ‘사마귀’는 양손에 든 낫 모양 무기에서 직관적으로 연상된다. 게다가 전작 〈길복순〉에서 이미 “사마귀”라는 이름이 휴가 간 킬러의 존재로 언급된 바 있다. 극 중에서 한울이 직접 “죽을 사(死), 마귀 마(魔), 귀신 귀(鬼)”라며 별명의 뜻을 풀어내는 장면은, 이 타이틀이 얼마나 서사와 긴밀히 연결돼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캐릭터와 착붙한 제목을 바꾸기는 사실상 불가능했을 터. 발표는 드라마보다 먼저였지만 공개 시점이 늦어지며 제목이 겹쳤고, 넷플릭스가 물러설 수 없었던 이유다. 〈길복순〉의 변성현 감독이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고, 당시 조감독이던 이태성이 메가폰을 잡아 완성한 이 영화는,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최초의 스핀오프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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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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