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폭군의 셰프’ 첫 촬영 직전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배우 이채민이 작품 준비 기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연기력과 활약을 보여주며 무한한 가능성과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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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3일 첫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는 최고의 순간 과거로 타임슬립한 셰프 연지영이 최악의 폭군이자 절대 미각 소유자인 왕 이헌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판타지 로코다. ‘폭군’ 이헌 역은 당초 배우 박성훈으로 확정됐으나, 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미스러운 게시물을 게재하며 하차했고 이채민이 급하게 투입됐다.
‘폭군의 셰프’는 탄탄한 대본과 다수의 히트작을 만든 장태유 감독의 연출, 그리고 임윤아의 출연 등으로 기대작으로 꼽혔던 작품이다. 그만큼 이헌 역은 남자배우들에게 욕심 나는 자리였지만, 첫 촬영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역할을 소화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기대작에서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면, 기회가 아닌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채민은 tvN ‘일타 스캔들’, 넷플릭스 ‘하이라키’ 등으로 이미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 바 있지만, 아직 신인인 만큼 우려도 있었다. 많은 분량, 그리고 사극 연기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 어린 시선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채민은 첫방송부터 이런 우려를 말끔히 지웠다. 첫 촬영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투입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헌 그 자체였다. 날 서있는 말투, 그러나 어딘가 느껴지는 빈틈, 연지영의 음식을 맛보고 보이는 과장된 리액션까지. 어느 모습 하나 부족함 없이 이헌을 표현했다.
특히 빼어난 외모와 탄탄한 피지컬을 갖춘 만큼 ‘폭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켰고 여자주인공인 임윤아보다 연하인 만큼 ‘폭군’의 거친 이미지 또한 반감시켜 ‘로코’ 장르에 더 집중하게끔 했다는 반응이다.
이같은 효과는 글로벌 흥행으로 이어졌다. ‘폭군의 셰프’는 2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하며 해외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글로벌 시청자들이 한국의 로코 장르 드라마를 특히 애청하는 만큼 이채민의 이런 ‘로코’ 활약이 ‘폭군의 셰프’의 글로벌 인기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극이 막바지로 향할수록 이채민의 가치가 더 드러나고 있다. 지난 27일 방송된 11화에서 이헌은 어머니인 폐비 윤씨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됐고 이 복수를 하기 위해 칼까지 빼들었지만 연자영의 간곡한 만류로 결국 칼을 내려놨다. 이채민은 이 과정들에서 감정이 휘몰아치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슬픔, 분노 등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닌 수십년 간 쌓이고 얽힌 깊고 복잡다단한 감정을 충분히 그려내며 시청자들 또한 납득시켰다. ‘잘 나가는 루키’, ‘대세 배우’ 등의 수식어까지 넘어선 연기력과 활약을 보여준 것이다.
좋은 작품과 좋은 캐릭터로 온 기회. 그 기회를 제대로 잡는 것을 넘어 되려 작품에도 기회가 되게 한 이채민의 활약. 이채민의 활약은 그가 얼마나 준비된 배우인지, 얼마나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인지 스스로 증명한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