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노시환이 26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와 홈경기 7회말 동점 득점을 올린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연기죠. 연기 잘 한 게 가장 마음에 듭니다.”
한화 이글스의 간판타자 노시환(25)은 26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홈경기에 4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전해 결정적인 동점 득점을 포함한 4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백미는 7회말 나온 주루 플레이였다.
노시환은 0-1로 뒤진 7회말 1사 후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계속된 1사 2·3루서 하주석의 투수 땅볼 때 상대가 실책한 틈을 놓치지 않고 동점을 만들었다.
3루주자였던 그는 하주석의 타격과 동시에 홈으로 쇄도하다 공이 LG 불펜 김영우의 글러브로 들어가자 멈칫했다.
3루로 귀루하던 그는 2루주자 이원석과 겹칠 뻔했는데, 김영우가 3루수 구본혁에게 송구한 덕에 홈을 노릴 수 있었다.
송구의 시기로 볼 때 노시환은 어떻게든 아웃될 게 뻔했다.
하지만 여기서 노시환의 재치가 빛을 발했다.
구본혁의 송구를 받은 포수 박동원이 눈앞에 있자, 노시환은 마치 아웃을 직감한 듯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박동원의 옆으로 몸을 살짝 돌려 홈으로 쇄도했다.
당황한 박동원은 오른손에 공을 쥐고도 미트를 낀 왼손으로 태그를 시도했다.
자신의 미트에 공이 없다는 걸 인지한 그는 홈을 지키고 있던 오스틴 딘에게 급히 송구했지만, 오스틴마저 묘한 상황에 당황한 듯 멈칫했다.
그 사이 재빠르게 발을 뻗어 득점한 노시환은 어린 아이처럼 기뻐했다.
경기 후 그는 취재진과 만나 “끝내기 홈런보다 오늘 이 득점 한 게 더 기쁘다”고 웃은 뒤 “덕아웃에서도 마치 내가 홈런이라도 친 것처럼 기뻐했다”고 말했다.
노시환의 득점을 어떻게든 막아야 했던 LG에선 염경엽 감독이 비디오 판독에도 그의 스리피트 라인 위반 여부를 한 번 더 문의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노시환의 계획 속에 있었다.
그는 “난 걱정하지 않았다. (베이스 라인에) 일부러 한 발을 두고 몸을 돌렸다. 모든 게 다 계획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동원이 태그를 시도할 때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역시 계획된 것”이라며 “포기한 척 ‘아웃시키라’는 표정을 지어 속이면 상대가 방심해 빈틈을 보일 수 있다고 믿었다”고 답했다.
그는 또 “(오스틴 앞에서) 재빠르게 득점한 것보다 연기한 게 더 흡족스럽다”고 밝혔다.
한화 노시환이 26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와 홈경기 7회말 동점 득점을 올린 뒤 덕아웃에서 손아섭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끝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노시환의 재치 있는 플레이는 아무런 준비 없이 나온 게 아니었다.
그는 “사실 준비가 없었다면 이런 연기를 하지 못했을 텐데, 거울을 보며 이따금씩 홀로 연습한 게 결정적인 득점으로 이어졌다. 오늘 이 플레이 하나로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노시환이 출루했을 때 대주자를 투입해선 안 되겠다’는 취재진의 말에는 “오늘만큼은 우리 팀의 특급 주자이지 않았을까”라며 웃었다.
이를 지켜본 류현진도 “포기한 척한 연기력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한화는 노시환의 활약에 힘입어 2연패를 끊으며 시즌 81승3무55패(2위)로 선두 추격에 불을 지폈다.
LG(84승3무53패)와 격차는 3.5경기에서 2.5경기로 줄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LG의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는 3이었는데, 한화가 27일부터 이틀간 이어질 맞대결에서 1승 이상을 거두면 대전에서 축포를 터트리지 못하게 막는 건 물론 잔여 경기 결과에 따라 역전 우승도 노릴 수 있다.
노시환은 “가을야구를 해 본 적은 없지만, 벌써부터 열기가 뜨거우니 도파민이 터진다”며 “이 분위기를 이어서 우리 팬 분들에게 계속 재미있는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대전｜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대전｜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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