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관 역으로 5년 만에 스크린 복귀…”저를 치유하는 데도 도움 돼”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과감하고 털털한 모습으로 SBS 인기 예능 ‘런닝맨’ 등에서 활약해온 배우 송지효가 5년 만에 영화 ‘만남의 집’으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그가 연기한 교도관 태저 역은 예능에서 보여줬던 밝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아닌, 외롭고 우울하고 삭막한 인물이다.
송지효는 26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만남의 집’ 시사회에서 그런 태저의 모습이 자신과 닮아 ‘만남의 집’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사실 저는 그렇게 밝거나 에너지가 많은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 모습이 태저와 닮아 있었어요.”
송지효는 “태저는 원래 감정이 풍부한 친구였는데, 일에 치여 살다 보니 어느새 자기감정을 잃고 일에 충실한 사람이 된다”며 “(태저처럼) 슬플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만남의 집’은 15년 차 교도관 태저가 수용자 미영(옥지영 분)의 모친 사망을 계기로 미영의 딸 준영(도영서)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흔들리지 않고 자기 일을 하면서 감정을 잃어버린 태저와, 엄마가 감옥에 있는 준영은 서로 닮아 있는 인물이다. 그들의 외로운 삶은 만남을 계기로 미세하게 조금씩 변화한다.
송지효는 밝고 활기차게 변해가는 태저를 연기하면서 본인에게도 많은 치유가 됐다고 했다.
그는 “저는 표현할 때 크거나 자극적으로 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그런 부분도 태저의 변화를 보여주는 데 결이 맞았다”며 “저를 치유하는 데도 도움이 된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실제 교도소에서 촬영을 진행한 점도 연기 몰입에 도움이 됐다. 수용자들이 이감을 마쳐 빈 곳이 된 교도소가 촬영 장소가 됐다.
송지효는 “(실제 교도소에) 가보니 분위기에 압도돼 몰입하는 계기가 됐다”며 “(교도관) 의상이 주는 힘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떠올렸다.
영화는 여성 교도소를 배경으로 여성 교도관과 수용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근래 보기 드문 작품이다. 영화를 연출하고 각본을 쓴 차정윤 감독은 2008년 청주여자교도소를 다룬 KBS 다큐멘터리 ‘3일’을 보고 제작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차 감독은 “다큐멘터리는 실제 수용자들의 사연 위주로 구성됐는데, 저는 그 옆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그림자처럼 서 있는 교도관에게 마음이 갔다”며 “전국 여성 교도관이 소수여서 취재가 쉽지 않았다. 만나고 마음을 열어주실 때까지 오래 걸렸고 운 좋게 만나 2∼3년에 걸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그러면서 “오래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내어놓은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송지효는 영화가 관객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가길 바랐다.
“지금을 위해 갈고 닦고 만들고 다듬어서 온 것 같아요. 추워질 가을, 마음 한구석에 따뜻함을 조금이라도 전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만남의 집’은 다음 달 1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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