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당국이 지난 24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댈러스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 인근에 있는 건물 옥상에서 총격범이 시설을 향해 총을 발사하여 구금자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총격범은 ICE 시설과 근처에 있던 미표식 밴 차량을 겨냥해 무차별 사격을 가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설명이다.
ICE 소속 대원 중에는 사상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시 파텔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현장에서 회수한 미사용 탄약 사진을 X에 게시했는데, 한 탄피에는 ‘반 IC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대규모 추방 약속 이행을 위해 ICE가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몇 달간 ICE 시설을 노린 이 같은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파텔 국장은 X를 통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초기 증거 검토 결과 이번 공격에는 이념적 동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률 집행 기관을 겨냥한, 비열하고 정치적 동기가 있는 이 같은 공격은 일회성 사건이 아닙니다.”
BBC의 미국 파트너사인 CBS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토드 라이언스 ICE 임시 국장은 총격범을 조슈아 얀(29)으로 확인했다. 당국은 그가 스스로 방아쇠를 담겨 숨졌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DHS)는 구금자 3명이 총격을 받아 이 중 1명이 숨지고 2명은 위중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당초 DHS는 총격범 외에 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나, 몇 시간 뒤 1명으로 정정했다.
멕시코 외교부는 중태에 빠진 수감자 중 한 명이 자국민이라고 밝혔다.
댈러스 경찰은 현지 시각으로 오전 6시 40분경 해당 시설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와 출동했다고 전했다.
조 로스록 FBI 특별수사관은 기자회견에서 총격범 근처에서 회수한 탄환에 “반 ICE 성격을 띤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면서 “이는 최근 발생한 유사 사건의 하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FBI는 이를 “표적 폭력 행위”로 판단하고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댈러스 경찰은 초기 수사 결과, 총격범이 인근 건물에서 발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했다.
DHS는 성명을 통해 “총격범은 피해자들이 총상을 입은 출입구에 있던 밴 등 ICE 시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난사했다”고 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표적이 된 ICE 최근 체포된 구금자들을 단기 처리하는 ICE 현장 사무소로, 장기 구금 시설은 아니다.
한편 베네수엘라 출신의 댈러스 거주자인 에드윈 카르도나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약속이 있어 해당 건물에 들어가던 중 총성을 들었다”고 했다.
“가족이 밖에 있었기에 무서웠다”는 그는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 끔찍한 기분이었지만,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댈러스 ICE 사무소의 조슈아 존슨 소장대행은 기자회견에서 “언론 앞에서 ICE 시설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 관해 설명하는 게 벌써 2번째”라고 했다.
이어 “이 모든 사태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바로 과격한 언사가 멈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기자회견에는 테드 크루즈 연방상원의원(텍사스주)도 참석하여 “정치적 동기를 가진 폭력”을 규탄했다. 크루즈 의원은 “정치적으로 반대편이라고 해서 나치인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당파적인 이유로 서로를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분열적 언사는 비극적이게도 현실의 결과로 이어집니다.”
총격범의 동기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보수 정치 운동가 찰리 커크가 지난달 살해당하며 미국 사회 내 정치적 폭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발생한 사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SNS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ICE 요원들이 “전례없이 증가하는 위협”에 직면했다면서 “급진 좌파 민주당원”들이 “이 법률 집행 기관을 끊임없이 악마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안티파(Antifa)’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히며, 이번 주 중 “이 국내 테러 네트워크를 해체하기 위한” 추가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국은 이번 총격 사건이 반 극우·반 인종차별·반 파시스트를 표방하는 이들을 전반적으로 포괄하는 용어인 ‘안티파’와 관련 있다는 그 어떠한 정보도 공개한 바 없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총격 사건을 통해 극좌 세력들이 ICE에 대한 자신들의 언사가 이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도 이번 총격 사건을 규탄하고 나섰다. 코리 부커 연방상원의원은 “용납할 수 없는 폭력 행위”라고 비난했다.
부커 의원은 X를 통해 “아직 모든 세부 사항이 밝혀진 것은 아니나, 우리가 동의할 수 있고, 또 동의해야 하는 점은 바로 어떤 집단을 악당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결국 그들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사실이다. 그들을 표적으로 만드는 행동이다. 반드시 멈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소속의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X에 “이번 총격으로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고, 구금하고, 추방하는 일이 지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댈러스의 이 ICE 시설은 올여름 여러 차례 시위의 표적이 되었다.
DHS에 따르면 지난달에는 한 남성이 배낭에 폭탄이 있다고 주장하며 해당 시설에 침입했다가 체포되었다. 미국 국적자인 브래튼 딘 윌킨슨(36)으로 확인된 이 남성은 건물 보안 요원에게 손목에 찬 장치를 보여주며 폭탄의 “기폭 장치”라고 주장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지난달에는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소재 ICE 사무실을 겨냥한 총격 사건이 발생했으나, 부상자는 없었다. ICE는 “정치적 언사”의 결과라고 비난했다.
공휴일인 7월 4일에는 텍사스주 알바라도 소재 ICE 시설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시위가 격화하며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총기가 발사되어 경찰관 1명이 목에 총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11명이 기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