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용산, 김유진 기자) ‘어쩔수가없다’가 국제영화제에서의 글로벌 활약 후 드디어 국내 관객들을 마주한다.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박찬욱 감독과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이 참석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 미리(손예진)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병헌이 벼랑 끝에 선 구직자 유만수 역을, 손예진이 위기일수록 더 강해지는 만수의 아내 미리 역을 연기했다.
박희순은 잘나가는 제지 회사 반장 최선출 역으로, 이성민은 재취업이 절실한 업계 베테랑 구범모 역으로 등장한다. 염혜란은 풍부한 감성을 가진 범모의 아내 이아라 역을 맡았으며 차승원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실력자 고시조 역으로 출연하는 등 다채로운 면면의 배우들이 힘을 모았다.
2022년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박 감독은 “데뷔 감독이 아닌 다음에야 전작과의 비교는 스스로도 늘 하게 된다.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하면 겁도 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의 전작과 어떻게 상반된 영화를 만들까 늘 그런 방향으로 노력을 한다. ‘헤어질 결심’이 좀 더 시적인 면이 강하다면, ‘어쩔수가없다’는 산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어쩔수가없다’는 ‘헤어질 결심’을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저의 새로운 또 다른 면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박 감독과 앞서 호흡을 맞췄던 이병헌, 처음으로 박 감독을 만난 손예진과 이성민 등 배우들도 입 모아 즐거웠던 촬영 현장을 회상했다.
이병헌은 “25년 전에 감독님과 ‘공동경비구역 JSA’를 찍고, 21년 전에 ‘쓰리몬스터’로 옴니버스 영화도 경험했다. 그래도 여기 계신 분들보다는 감독님을 좀 안다고 생각하기에 어떤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긴 시간 촬영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많은 이야기 속 촬영을 해나가는 과정이 육체적으로 좀 힘들기도 했지만, 결과물을 볼 때마다 ‘이래서 나한테 요구하셨구나’ 싶더라. 영화를 서너번 봤는데, 여전히 질문이 남아있다”고 얘기했다.
손예진은 “감독님의 디테일한 디렉션을 받으며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롭고 넓다는 생각을 했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더 대단하신 분이구나’ 싶더라. 감독님이 하는 말은 ‘팥인데 콩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해라’고 해도 할 수 있을 정도의 믿음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희순도 “감독님의 디렉션, 말씀을 듣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았다. 발가벗겨질 준비까지 했는데, 실제 발가벗겨진 것은 (노출신이 있는) 이성민 형이었다. 이걸 어떻게 해낼까에 대한 생각 밖에는 없었다. 이 작업을 하는 시간이 굉장히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온다면 제가 발가벗겠다”고 다시 넉살을 부렸다.
이성민도 이에 동의했고, 염혜란도 “감독님이 무언가를 무섭게 하시거나 디테일한 디렉션을 주시는 것은 아닌데, 너무 예리하고 함의적인 뜻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서 배우 자체를 긴장시키는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어쩔수가없다’는 지난 달 열린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과 14일 폐막한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 받으며 글로벌 화제성을 증명한 바 있다.
이병헌은 “베니스와 토론토에 갔을 때 팬 분들의 반응이, 제가 지금까지 본 상황 중에 정말 가장 놀라웠고 가장 뜨거웠었다”며 “한류가 조금씩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인기가 생기던 그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특히 감독님은 워낙 영화제에 참석한 감독 중 가장 큰 감독님 중 한 명이라 환호가 남다르더라”고 돌아봤다.
손예진도 “해외 영화제는 처음이었는데, 박찬욱 감독님이 지나가면 ‘마에스트로’라고 하면서 사인을 엄청 받으시더라. 이병헌 선배님을 향해서도 ‘미스터 리’라고 계속 불러주셨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너무 자랑스러웠고 뿌듯했다. 이 분들과 함꼐 하는 것이 저도 너무 설레고,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본의 아니게 이런 시기에 개봉을 하게 됐다. 한국의 극장을 살려야 한다는 책임을 어깨에 짊어진 것 같은 막중한 부담을 갖고 있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적어도 관객들이 ‘한국 영화 재미있네’ 다음엔 뭐가 나올까 기다렸다가 한 번 더 보고 싶어하는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정도가 됐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털어놓았다.
‘어쩔수가없다’는 24일 개봉한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고아라 기자, CJ ENM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