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정 亞산악연맹 회장, 올해 경매서 낙찰…1861년 제작된 고지도 ‘백미’
국토 지리 정보를 한눈에…”조선시대 언어·방언 연구에 활용되길”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 후기 지리학자 김정호(1804 추정∼1866 추정)가 제작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를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주식회사 태인과 국립한글박물관은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 겸 태인 회장이 올해 초 서울옥션에서 낙찰받은 ‘대동여지도’를 박물관에 기탁했다고 7일 밝혔다.
‘대동여지도’는 우리나라 고(古)지도의 백미로 평가받는다.
1861년에 처음 제작·간행하고 일부 내용을 수정해 1864년에 다시 만들었는데, 당시 조선의 국토 전체를 남북 22단으로 구분해 각 첩에 담았다.
첩을 모두 펴서 위아래로 이어 붙이면 가로 약 3.3m, 세로 6.7m에 이른다.
백두대간을 비롯한 산줄기와 물줄기, 지형, 교통 등 국토와 관련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하나의 지도에 담아 역사적으로 가치가 크다.
국가유산청이 2023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동여지도’는 국내외에 38건 확인되며, 성신여대박물관·서울역사박물관·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본이 각각 보물로 지정돼 있다.
이번에 기탁한 유물은 1861년(신유년) 제작된 이른바, 신유본이다.
휴대와 열람이 편리하도록 큰 종이를 여러 장으로 나눠 접을 수 있게끔 만들어졌으나, 현재는 3점의 병풍 형태로 돼 있다.
경매를 진행한 서울옥션은 앞서 “일부 소실된 부분이 있지만 완질에 가까운 구성이며 필요한 부분에는 채색을 가미해 시인성과 작품성을 한층 더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인정 회장은 한국 산악사 연구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경매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동여지도’는 한반도의 산줄기를 단순한 선으로 표시하지 않고 선의 넓고 좁음, 모양 등으로 표시해 국토의 산수(山水) 체계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회장을 대신해 경매와 유물 기탁 등을 진행한 이상현 태인 대표는 “‘대동여지도’에는 한반도의 여러 산맥과 그와 관련한 지리 정보가 포함돼 있어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립한글박물관에 기탁한 이유에 대해 “조선시대 언어사나 방언, 즉 지역 언어를 조사·연구하거나 전시할 때 활용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국립한글박물관 측은 ‘대동여지도’를 보관하며 향후 전시 등을 통해 공개할 방침이다.
다만, 박물관에서 직접 유물을 보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올해 2월 발생한 화재로 현재 문을 닫은 상태로, 최근 정밀 안전 진단을 마쳤다. 이르면 내년부터 복구공사에 나서 2028년 재개관할 예정이다.
박물관 측은 전국 순회 전시나 협업 전시를 통해 유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정 회장 가족은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1879∼1910)가 순국을 앞두고 굳은 의지를 담아 쓴 글씨 두 점을 최근 공개해 주목받은 바 있다.
이 회장은 2017년 경매를 통해 안 의사의 ‘일통청화공'(日通淸話公) 유묵을 낙찰받았고, 배우자인 구혜정 여사는 올해 ‘녹죽'(綠竹·푸른 대나무) 유묵을 낙찰받았다.
두 유묵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다음 달 12일까지 서울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리는 ‘빛을 담은 항일유산’에서 볼 수 있다.
지난달 전시 개막 행사에서 만난 이 회장은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묵묵히 써 내려간 글씨를 볼 때마다 마음이 울컥한다. 안 의사의 꿋꿋한 마음과 의지를 함께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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