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뉴저지, 권동환 기자) 홍명보호의 미국 원정 완승을 이끈 손흥민은 “여기가 한국인지 뉴욕인지 모를 정도로 즐겁게 뛰었다”며 경기장이 한국 응원 열기로 가득 채운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에 위치한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의 평가전 전반전을 전반 18분 손흥민(LAFC)의 선제골과 전반 43분 이동경(김천상무)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으로 완승했다.
이날 경기에선 특히 손흥민이 첫 골을 넣고 두 번째 골을 도우면서 한국 축구사 최고의 선수다운 면모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날 홍 감독은 백3 전술을 가동하면서 손흥민을 최전방에 배치했다.
조현우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김민재, 이한범, 김주성이 백3를 구성했다. 중원엔 이태석, 김진규, 백승호, 설영우가 배치됐고, 2선은 이재성과 이동경이 맡았다. 최전방에서 손흥민이 미국 골문을 노렸다.
경기 초반 조심스러운 운영을 하던 한국은 전반 18분 ’92년생 듀오’ 이재성과 손흥민이 합작한 선제골에 힘입어 앞서가기 시작했다.
중원에서 공을 잡아 기회를 엿보던 이재성은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손흥민 앞으로 정확한 침투 패스를 보냈다.
이재성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빠르게 박스 왼쪽 지역으로 들어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이했다. 골키퍼를 앞에 둔 상황에서 침착하게 오른쪽 골대를 노린 슈팅을 날렸고, 손흥민의 슈팅은 그대로 미국 골망을 갈랐다.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미국전 첫 번째 슈팅을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홍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미국전에서 선제골을 터트리면서 손흥민은 A매치 통산 52골을 기록했다.
대한민국 남자축구 역사상 A매치에서 가장 많은 골을 터트린 선수는 58골을 기록한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이다. 손흥민이 2위에 자리 중인데, 이날 득점을 추가하면서 차범근 전 감독의 득점 기록을 6골 차로 추격했다.
손흥민은 이날 A매치 135번째 출전을 기록했다.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 홍명보 현 대표팀 감독이 갖고 있는 대한민국 A매치 최다 출전 기록 136경기에 한 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다. 오는 10일 멕시코전에 출전하면 최다 출전 타이를 이루는 과정에서 귀중한 골이 터졌다.
전반 43분 한국은 한 골 더 추가하면서 점수 차를 벌렸다.
백승호가 중원에서 김진규에게 밀어준 볼이 손흥민과 이재성을 거친 뒤 페널티지역 내 손흥민에게 배달됐다. 상대 골키퍼가 뛰쳐 나오면서 손흥민이 넘어졌으나 볼은 절묘하게 옆에 있던 이동경에게 배달됐다. 이동경이 빈 골문에 가볍게 밀어넣어 2-0을 만들었다.
여러 윙어들 중 최근 컨디션이 좋은 이동경을 고른 홍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다.
전반 추가시간이 2분 주어졌고, 한국은 추가시간이 끝날 때까지 점수 차를 유지하면서 전반전을 2-0으로 마쳤다.
전반전만 놓고 보면 홍 감독이 구상한 백3 ‘플랜B’ 전술과 손흥민 스트라이커 포진이 괜찮은 수가 됐다.
미국은 프랑스 명문 AS모나코에서 뛰는 플로린 발로건을 교체로 집어넣으며 반격에 나섰으나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한국 수비진이 물샐 틈 없는 수비로 무실점 승리를 지켜냈다.
한국은 이날 미국전을 마치면 테네시주 내슈빌로 건너가 북중미 최강 멕시코와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멕시코는 1986 멕시코 월드컵 8강을 시작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9회 연속 월드컵 토너먼트에 오른 나라인 만큼 한국과도 좋은 승부가 예고된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 나선 손흥민은 경기장 분위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오늘 골은 이재성과 오래 맞춰온 호흡 덕분이다. 운 좋게 득점이 나와 편하게 경기를 풀 수 있었다”며 웃은 손흥민은 최전방 공격수로 뛴 점을 묻자 “항상 얘기하지만 어떻게 팀을 도울지만 생각하고 뛴다.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선수들이 어려운 해외 원정길에서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마음껏 했다는 점이 (내 골보다) 더 큰 수확”이라며 자신의 활약보다 동료들의 분전을 더 높게 평가했다.
자신을 토트넘에서 지도했던 은사로, 미국대표팀을 맡고 있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의 인사 여부에 대해선 “아직 얘기를 나누진 않았다. 경기 전에 인사만 했고, 경기 후 정중히 인사드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여기가 한국인지 뉴욕인지 모를 정도였다. 마치 홈에서 경기하는 기분이었다. 팬들 덕분에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미국임에도 한국 홈 분위기를 낸 한국팬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이어 “우린 이게 끝이 아니다. 매 소집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계속 응원해 주시면 최선을 다하는 팀이 되겠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