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 관중’ 프로야구, SNS 응원전도 뜨거워
팬들 ‘짤’ 등 제작하며 응원팀에 ‘애증’ 발산
조회수 수십만회…’팬심’이 상품으로 이어지기도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 기아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은 호랑이가 ‘TNT’가 적힌 상자를 들고 ‘Tigers Nice Team’의 약자냐며 좋아한다. 한화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독수리가 버튼을 누르자 ‘다이너마이트’ 상자가 폭발한다. 영상의 자막에는 한화 이글스와 기아 타이거즈의 21:3 점수 기록과 ‘한화 33년만의 21득점’이 적혀있다.(인스타그램 ‘ground1cut’)
프로야구가 2년 연속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질주하는 가운데 팬들의 소셜미디어(SNS) 응원전도 뜨겁다.
팬들은 직접 만든 ‘짤'(인터넷 공간에서 돌고 도는 각종 자투리 이미지 파일)과 영상을 통해 응원팀에 대한 뜨거운 ‘애증’을 발산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은 팬들의 ‘효자손’이다. 다양한 응원 영상이 뚝딱 만들어진다.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그라운드 한컷'(‘ground1cut’)은 당일 또는 일주일간의 경기에 대한 만평을 AI로 제작해 올린다.
인스타그램 ‘좋아요’ 1천600여개를 기록한 ‘KBO 2025 주간 팀별 성적(8월 26일 ~ 31일)’에서는 좀처럼 중위권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횡보하는 팀들을 상징하는 캐릭터들이 울상을 짓는 모습으로 표현됐다.
이 영상에는 “기아야 올해 좀 힘드네”(‘alb***’)·”무적엘지”(‘h0y***’) 등 각자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docsoori’는 페넌트레이스 3위를 유지하던 롯데 자이언츠가 후반기 12연패로 추락하는 동안 한화도 6연패를 기록하다 탈출하자, 연패를 사막의 모래늪에 빠진 것에 빗댄 영상을 올렸다. 지난달 23일 게시 이후 조회수 54만여회, 좋아요 7천여개를 기록했다.
이에 “제발 4위 자리를 되찾자. 4위로 시즌을 마쳐야 한다”(‘pr***’), “우리 앞으로 가지 말라는 것이지, 우리 바로 뒤를 벗어나라는 건 아니었다”(‘eee***) 등의 댓글이 달렸다.
앞서 엑스(X·구 트위터)에서는 개막전 무렵인 지난 3월 24일 이용자 ‘bas***’가 제작한 야구 스티커가 공유됐다.
1천700여회 리트윗을 기록한 이 이미지에는 ‘이기는 법을 까먹음’·’우리 구단 정상영업합니다’와 같이 자조하는 표현과 ‘아직 모른다’·’나 가을잠바 산다’와 같이 희망을 거는 표현들이 함께 들어있다.
팬들의 분노가 창작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유튜브·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삼프리카’는 삼성 라이온즈를 중심으로 야구 관련 짤을 직접 그려 게시한다.
가장 인기 있는 영상 중 하나인 ‘홈런 3개 치고 지는 팀 삼성 4:5 SSG(250806)’에는 한 경기에 홈런을 3개 기록하고도 패배한 삼성 라이온즈의 모습이 담겼다. 컴퓨터 앞에서 땀을 흘리며 힘겹게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삼성라이온즈 마스코트와 달리 여유로운 자세의 SSG 랜더스의 마스코트 모습이 대비된다. 지난달 8일 게시된 이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 약 6천개를 받았다.
누리꾼들은 ‘이날 정말 열받았다'(인스타그램 이용자 ‘ygk***’)·’롯데는 4연타석 홈런 치고도 졌다'(인스타그램 이용자 ju_***) 등의 댓글을 달았다.
‘팬심’이 상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공을 네모 안에 넣어’는 야구를 관람하러 온 팬들이 응원 문구 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스케치북에 적어 내보이는 ‘스케치북 응원’에서 유래한 문구다. 좀처럼 제구가 되지 않는 투수에게 스트라이크 존 안에 투구하길 바라는 야구팬의 답답함이 담긴 유행어다.
이 문구가 적힌 스케치북이 TV 중계화면에 잡히면서 지난해 하반기 무렵부터 인기를 얻더니 티셔츠·휴대폰 케이스 등의 제품으로 탄생했다. 개인이 직접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할 수 있는 ‘마플샵’에서는 이 이미지를 바탕으로 야구팬들이 제작한 굿즈를 확인할 수 있다.
응원팀의 승리를 위해서는 ‘주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엑스 이용자 ‘lin***’는 애니메이션 스폰지밥 속 등장인물인 뚱이가 향을 피우고 명상을 하는 이미지에 롯데 자이언츠의 유니폼과 응원 도구를 합성해 지난 2일 게시했다. 그러면서 “롯데 자이언츠 야구 좀 잘 하게 해달라”며 “가을 야구에 가고 싶으면 이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적었다.
또 인스타그램에서 야구 관련 일러스트를 제작하는 ‘dardar_hada’는 지난 6월 ‘직관부적’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운도 실력이고 부적이 실세”라며 “지겠다 싶으면 부적을 펴고, 홈런이 안 나올 때는 부적을 문질러라”고 적었다.
youkno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