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에 쓰는 돈’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안 써도 ‘솜방망이’ 과태료

‘안전에 쓰는 돈’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안 써도 ‘솜방망이’ 과태료

서울의 한 건설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안전관리자의 임금과 안전 물품 구매 등 안전 인프라 비용으로 사용되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이하 안전관리비)의 책정과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솜방망이’격의 적은 과태료가 그 배경으로 지목된다,

6일 법제처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은 산재 예방을 위해 도급금액의 일부를 별도로 계상해 건설공사 중 안전관리자 임금, 안전 시설비, 보호구 구매 등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도급액 규모에 따라 계상 비율도 달라진다. ▲5억원 미만인 경우, 건축공사는 3.11%, 토목공사는 3.15%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 건축 2.28%, 토목 2.53%에 기초액(330만원~432만5000원)을 더한 값 ▲50억원 이상인 경우, 건축 2.37%, 토목 2.60%를 계상해야 한다.

또, 산안법은 공사진척도에 따른 안전관리비 사용기준을 정했다. ▲공정률 50% 이상 70% 미만인 경우, 관리비의 50% 이상 ▲공정률 70% 이상 90% 미만인 경우, 관리비의 70% 이상 ▲90% 이상일 경우, 90% 이상 사용하도록 했다.

안전관리비는 안전·보건관리자의 임금, 안전시설비, 보호구 구입 외에도 안전보건 교육비 등 건설현장의 안전 인프라 구축에 사용되기 때문에 정확한 책정과 집행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일부 현장에선 안전관리비를 적게 계상하거나 미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전관리비를 원청이 적게 계상(책정)하거나 계상금액을 미집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4 전문건설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하도급인 중 39.5%가 원청이 계상한 안전관리비가 부족하다고 봤다.

금액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이유로는 ‘원도급사가 적게 계상(46.9%)’했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산안법은 계상 의무를 미이행할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를 미이행 금액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정하고 있다.

산안법에 따르면 안전관리비를 부족하게 계상할 경우, 1차 위반 시 100만 원 과태료 부과에 그친다. 전액을 계상하지 않아도 계상하지 않은 금액만큼만 과태료를 내면 된다.

안전관리비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목적 외 사용금액만큼만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마저도 목적 외 사용금액이 1000만원을 넘으면 과태료가 1000만원으로 고정된다.

또, 안전관리비 사용내역서 미작성 또는 미보존의 경우 1차 위반 시 100만원의 과태료만 부과된다.

이는 건설사의 산재 발생에 대해 강력한 징벌적 제재를 강조한 정부의 최근 기조와 상이한 법령이라는 평가다. 특히, 정부가 사고 발생 이후보다 사고 발생 전 예방조치 미흡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령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안전관리비 계상 의무 미이행 사업장 현황 파악을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효과적인 신고 체계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안법은 발주처와 감리자가 6개월에 한 번 안전관리비의 정상 집행 여부를 확인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미집행 사업장 관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고용부의 설명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어느 현장에서 얼마나 안전관리비 미집행이 이뤄지는지 직접 챙기고 있진 않다”며 “해당 현장의 관계자가 미집행 상황을 자진해서 지방노동관서에 신고하면 조사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노동포털 ‘안전일터 신고센터’를 통해 산안법 위반사항을 신고받고 있지만, ▲산안법상 필요한 안전보건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는 상황 ▲다수의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중대한 위험의 징후가 있는 상황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상황 등에 대해서만 신고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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