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에릭 다이어가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던 시절 토트넘이 수준 높은 스쿼드를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이유를 지금까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다이어는 당시 토트넘이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손흥민, 해리 케인으로 이어지는 ‘DESK 라인’을 비롯해 뛰어난 선수 여럿을 보유했었지만 정작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최근 영국 유력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왜 아무것도 우승하지 못했는지 설명하기 힘들다”며 “우리가 갖고 있었던 팀, 스쿼드, 그리고 당시의 흐름을 생각하면 그렇다”고 말했다.
다이어가 말한 ‘우리’는 그가 뛰었던 2010년대 중후반의 토트넘이다. 당시 토트넘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아래에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구단의 황금기를 보냈으나, 정작 특정 대회에서 우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선수단의 퀄리티가 문제는 아니었다. 토트넘은 젊고 재능있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공격진, 벨기에 국가대표 센터백 듀오인 얀 베르통언과 토비 알데르웨이럴트, 잉글랜드 국가대표인 카일 워커와 대니 로즈, 프랑스 국가대표 수문장 위고 요리스로 이어지는 탄탄한 수비라인을 갖고도 대회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다이어의 말처럼 토트넘의 흐름도 좋았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합류한 2015-2016시즌 프리미어리그 3위에 오른 것을 포함해 4시즌 연속 4위권 내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프리미어리그의 신흥 강호로 떠올랐다. 2016-2017시즌과 2017-2018시즌에는 연속으로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준결승에 진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우승하지 못한 팀은 기억될 수 없었다.
시기를 놓친 대가는 컸다.
한때 잉글랜드 역대 최고의 재능으로 꼽혔던 알리와 뛰어난 공격력을 자랑했던 로즈는 한 차례 부진을 시작으로 이전과 같은 경기력을 유지하지 못했고, 워커는 우승을 위해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했다. 30대에 접어든 베르통언과 알데르웨이럴트 역시 팀을 떠나면서 수비진이 개편됐다. 포체티노 감독 역시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직후 리그에서 성적을 내지 못해 경질됐다.
손흥민과 케인, 요리스 등 몇몇 선수들은 건재했지만, 몇 명의 선수만으로 우승에 도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세계적인 명장 출신 조세 무리뉴 감독이 토트넘에 부임해 손흥민과 케인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전술로 한 차례 기회를 잡는 듯했으나, 구단에서 맨시티와의 리그컵 결승전 직전 무리뉴 감독을 내보내면서 무산됐다.
토트넘은 끝내 지난 시즌 UEFA 유로파리그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17년 동안 이어진 무관의 한을 풀었지만, 다이어를 비롯해 2010년대 중후반 토트넘에서 뛰었던 선수들 중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우승을 맛본 선수는 손흥민과 벤 데이비스밖에 없었다.
다이어는 토트넘에서는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으나, 지난해 겨울 토트넘을 떠나 독일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 임대된 뒤 완전 이적해 토트넘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였던 케인과 함께 2024-202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우승하면서 자신의 커리어 첫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뮌헨과의 계약이 만료된 다이어는 프랑스의 AS 모나코로 이적해 뛰고 있다. 그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복귀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현재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사령탑은 그를 뮌헨으로 임대 영입했던 토마스 투헬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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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