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KFC 1호점, 켄터키 아니라 유타에 있는 이유

[길따라] KFC 1호점, 켄터키 아니라 유타에 있는 이유

(솔트레이크시티=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곳에 KFC 1호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대부분 의아하게 생각한다.

‘켄터키 프라이드치킨'(Kentucky Fried Chicken)의 줄임말인 KFC 매장은 당연히 켄터키주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KFC는 어떤 이유로 켄터키가 아닌 이역만리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시티에 1호 매장을 열게 됐을까.

거기에는 당시 65살의 나이에 창업을 한 할랜드 샌더스 대령의 눈물겨운 스토리가 숨어있다.

궁금증을 안고 찾은 솔트레이크시티 외곽의 1호점.

서부 내륙의 뜨거운 햇살 아래 파란 하늘이 끝없이 펼쳐진 거리 모퉁이에 KFC 간판이 빛나고 있었다.

매장 앞에는 샌더스 대령 동상이 서 있고, 빨강과 흰색이 어우러진 거대한 치킨 컵 구조물이 눈길을 끌었다.

이곳이 바로 세계 최초의 KFC 체인점이 탄생한 자리였다.

창업 당시의 샌더스 대령(가운데) [매장 내부 전시사진]

매장을 찾은 각국 관광객들은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매장 내부 곳곳을 둘러보며 창업자의 흔적을 느껴보려는 모습이었다.

관광객들이 “이곳이 바로 첫 매장이야”라며 감탄을 내뱉는 모습은 마치 역사적인 성지를 찾은 순례자 같았다.

매장 안에는 샌더스 대령의 흑백 사진과 그의 도전기를 담은 패널이 전시돼 있었다.

그 이야기는 곧 인내와 집념의 기록이었다.

KFC 1호 매장 앞 샌더스 대령 동상(왼쪽)과 치킨 [사진/성연재 기자]

1930년대 샌더스 대령은 켄터키주 코빈에서 주유소 옆 식당 겸 숙박시설을 운영하면서 자신만의 치킨 레시피(11가지 비밀 향신료와 압력솥 튀김법)를 개발했다.

환갑을 넘긴 65살의 나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싶었다. 전 재산을 털어 체인점 개설을 위해 튀김 냄비와 재료를 싣고 전국을 떠돌았다.

모텔에 묵을 돈이 없어 차에서 잠을 자고, 때로는 얻어먹은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며 길을 이어갔다.

사업 제안을 위해 미국 전역을 떠돌았지만 계속 거절을 당했고, 그 횟수는 무려 1천9번에 달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1천10번째 문을 두드린 솔트레이크시티의 한 레스토랑에서 그의 치킨은 인정받았고, 여기서 첫 KFC 체인점이 태어났다.

매장 내에 전시된 샌더스 대령이 입던 옷 [사진/성연재 기자]

그의 스토리를 접한 뒤 치킨을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단순히 바삭한 맛 이상의 무언가가 전해졌다.

철도와 서부 개척의 도시 솔트레이크시티가 품었던 개방성과 샌더스 대령의 불굴의 의지가 떠올라 치킨 한 조각에 ‘뭔가를 시작할 용기’ 같은 것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푸른 하늘 아래 반짝이는 대형 치킨 컵 구조물과 동상 앞에서 열심히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그 풍경 속에서 솔트레이크시티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60대 중반의 나이에도 꿈을 꺾지 않았던 노인의 집념과 결실이 살아 숨 쉬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다가왔다.

polpori@yna.co.kr

Author: NEWSPIC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