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의 북중정상회담과 ‘애증’의 북중 관계

6년 만의 북중정상회담과 ‘애증’의 북중 관계

EPA/Shutterstock

북한과 중국 지도자 간 정상회담이 6년여 만에 이뤄지면서, 지난 몇 년간 경색됐던 북중 관계가 개선될 조짐이 보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양자회담을 갖고, 양국 우호 관계가 굳건함을 강조했다.

중국은 북한의 최우방국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나 지정학적 역학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이견을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지만, 지난 수십 년간 북중 관계는 생각보다 부침이 컸다.

실제로 이번 열병식 초청이 있기 전까지 북중 관계는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파병하면서까지 러시아를 적극 지원한 것을 계기로 북러 관계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북중 관계가 그 반작용으로 경색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북한과 중국의 수교 75주년을 맞아 ‘북중 우호의 해’를 선포했지만, 폐막식도 없이 마무리됐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023년 9월 러시아 극동에서 회담을 가진 것에 이어 지난해 6월에도 북한 평양에서 만났다. 반면 시 주석과는 2019년 6월 평양에서 만난 것이 마지막이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북중정상회담은 북중 관계의 단순한 복원을 넘어서 재도약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판단했다.

북한과 중국의 이해관계

이번에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의 초청을 받아 열병식에 참석했는데, 북중러 지도자가 66년 만에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을 행사 내내 자신의 왼쪽에 배석시켰고, 회담 후 단독 만찬까지 가지면서 이례적으로 의전 수준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1959년 10월 중국 열병식에 참석했던 김일성 전 북한 주석도 당시 중국 지도자였던 마오쩌둥 주석 바로 옆에 서지는 못했다.

중국은 북한과 다시 친밀한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한국이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3차 북미정상회담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재확인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BBC에 “중국은 미국과 한국에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이라며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이해당사자”임을 알리려는 시도였다고 분석했다.

북한 또한 북미회담이 열릴 경우 중국과 러시아라는 뒷배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번 열병식에서 중국과 러시아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함으로써 체제를 공고히 하고, 중국으로부터 경제 원조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박 교수는 특히 북한이 얼마 전 완공한 원산·갈마 해안 관광지구에 중국 관광객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을 통해 “대내외적 효과”를 모두 누렸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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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방중한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애증’의 북중 관계

중국은 북한의 최우방국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북중 관계가 늘 긴밀했던 것은 아니다.

1992년 중국이 한국과 수교를 체결한 이후에도 북중 관계는 한동안 냉랭한 상태였다. 한국 언론이 보도한 2023년 공개된 외교 문건에 따르면 당시 북한 김정일은 중국을 크게 비난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2000년 김정일이 베이징을 방문, 한중 수교 후 첫 북중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했다.

김정은 집권 직후에는 북중 관계가 크게 경색됐다. 2013년 2월 북한 김정은은 시진핑 주석 취임을 앞두고 3차 핵실험을 단행했고, 그해 12월에는 흔히 ‘친중’으로 분류되던 고모부 장성택까지 처형하면서 양국 정상은 물론 고위급 인사도 오가지 않을 정도로 관계가 얼어붙었다. 2014년 시 주석은 취임 후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했다.

그러던 2018년, 미국과 북한 간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오가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취임 후 첫 방중을 결정하면서 이후 연이어 북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은 “북중 관계는 늘 업앤다운(굴곡)이 있었다”라며 “‘다운'(경색된 관계)에서 ‘업'(좋은 관계)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북한과 중국 사이에 정상 간의 회담이 있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2018년 즈음의 상황은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고,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한번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교대학원 석좌교수는 이번 북중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협력 강화와 고위급 교류 등이 언급된 점을 들어 “향후 북미정상회담 추진 전 북중 간 긴밀한 협의가 예상된다”라면서도 회담이 이른 시일 내 추진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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