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에게 ‘이 사진’ 한 장이 불러올 영향 …’김정은의 정치적 승리’

북한 주민들에게 ‘이 사진’ 한 장이 불러올 영향 …’김정은의 정치적 승리’

Reuters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한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 됐다.

지난 3일 중국 인민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행사(전승절)에 참석한 이들은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오른편에 푸틴 대통령이, 왼편에 김정은 위원장이 자리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26개국 주요 인사들이 자리한 가운데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지도자가 푸틴 대통령과 함께 당당하게 시 주석 바로 옆에서 그 위세를 과시한 셈이다. 이는 김 위원장의 다자 외교무대 데뷔 자리였다.

여기에는 북한이 정상국가를 표방하며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는 기회라는 분석도, 반서방을 내세워 북중러 협력을 도모한다는 평가도 따라붙는다. 하지만 그에 앞서 북중러 정상이 어깨를 나란히 한 이 사진 한장의 북한 내에서의 위력은 생각보다 훨씬 클 전망이다.

계속되는 경제 제재로 흔들리던 북한 체재가 안정되고 김정은 위원장을 향한 북한 주민들의 충성심은 더욱 견고해진다는 지적인데, 실제 이 사진 하나로 이미 ‘게임 끝’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체제 결속에 상당한 호재’

일단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선 김정은 위원장의 위상은 북한 내부에서 정치적 메시지로 계속 활용될 전망이다.

지난 2018~2019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을 때 만큼,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의 (북미회담은 실패로 끝났으니) 치적, 즉 정치 업적으로 선전될 것이라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세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이 사진이 북한 체제 강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에 공감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BBC에 “중국, 러시아 정상과 나란히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체제에 자긍심을 갖게 하고 주민들의 충성도를 유발한다”며 “민생 경제 등에서 좀 부족하더라도 상쇄해주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힘든 이유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 때문인데 이제 자신들과 함께 중국, 러시아 등 열강이 서로 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도 든든할 것”이라고 했다.

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도 “사진 정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북한이 여태껏 스스로 강대국 이미지를 계속 선전해 왔는데 3국 지도자가 함께 서 있는 이 장면이야말로 그것을 실질적으로 증명하는 중요한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체제, 특히 김정은에 대한 정통성과 위대성을 인지하고 ‘김정은 동지는 위대한 지도자’라는 인식이 자연스레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당장은 체제 결속에 상당한 효과를 도모할 수 있고 대외적으로도 위상을 제고하겠지만 중장기적 입장에서 북한 체제의 내구성은 여전히 의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한범 한국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승리”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껏 북한은 내부적으로 러우전쟁 파병으로 인한 후유증, 북러 밀착에도 불구하고 찾아온 경제 위기 등 여러 한계가 분명한 상황이었다”며 “이렇게 정권이 흔들리는 와중에 전승절 의전서열 두 번째, 천안문 망루에서 ‘우푸틴 좌정은’이라는 그림을 만들어낸 것 자체가 체제 결속에 상당한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북중러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고 산적해있는 현안들이 이번 방중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북한 체제의 내구성은 아직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적 전 차관은 “앞으로 중요한 것은 중국의 협력과 지원”이라며 “북한 주민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중러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져야 천안문 망루에서의 그 상징적인 효과가 제대로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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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맨 앞 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이미 ‘대서특필’

실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김정은 위원장의 전날 중국 전승절 참석을 대서특필하며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렸다. 특히 전체 6면 중 1~3면을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으로 가득 채웠다.

1면에는 역시나 김 위원장이 천안문 망루에서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 등 강대국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사진이 배치됐다.

일각에서의 지적대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반미’, ‘반서방’ 결속을 과시하는 자리에 북한도 명실상부하게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각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중러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1959년 김일성, 마오쩌둥, 흐루쇼프 회동 이후 무려 66년 만이다.

1면에는 또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두 손을 맞잡고 활짝 웃는 모습, 시 주석의 배우자 펑리위안 여사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담아 한동안 소원했던 북중 관계가 회복됐음을 강조했다.

2면은 기사 없이 사진으로만 채워졌는데 주로 김 위원장이 망루에 오르기 전 각국 정상급 20여명과 레드카펫을 걸으면서 담소를 나누는 사진들이었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화보’라고 칭했을 정도인데, 김 위원장이 다자외교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음을 선전한 것으로 보인다.

3면에는 열병식 행사 뒤 김 위원장이 시 주석 주재 리셉션에 참가한 모습이 실렸다. 리셉션 행사장 내에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북중러 정상은 줄곧 함께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북러 정상회담 소식도 3면에 담겼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전날 전승절 연회 뒤 별도로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2시간 30분간 양자회담을 했다.

신문은 두 사람이 꼭 껴안는 모습,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왼팔을 가볍게 잡으며 활짝 웃는 모습을 실어 ‘혈맹’으로 진화한 북러 관계를 강조했다.

북한이 주민들이 보는 대내용 매체를 통해 김 위원장의 다자외교 데뷔를 알린 것은 최고지도자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북한 함흥컴퓨터기술대학 교수 출신의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기존에 중국은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하면서 북중관계가 얼어붙었는데 북미회담이 열리자 태세를 전환했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북러가 밀착하자 소외감을 느낀 중국이 움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중러 간 서로의 계산법이 다 다르지만, 필요에 의해 구색이 맞춰지면서 굉장힌 그림이 연출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오는 10월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김정은 위원장도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3국 정상이 다시 모인다는 의미도 크고, 서로 블록을 형성하는 와중에 북한 스스로 ‘열강’에 포함됐다는 착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현재 APEC 참석 여부를 놓고 토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중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 특사단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며 시진핑 주석의 APEC 참석을 요청한 바 있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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