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수빈 김국배 기자] 정부가 경영난에 직면한 석유화학 업계에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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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20일 “책임 있게 기업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가져오라는 것”이라며 “감자나 증자, 보증, 출연 등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주주의 사재 출연까지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용산 대통령실 기자간담회에서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석유화학 업계에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그는 “(석화산업은) 여력이 있다. 누적된 이익도 많고 살리려면 본인들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 해야 한다”며 “지난 몇 년간은 (이익을) 킵하고, 어려워지고 나서 발행한 채권이나 대출은 채권은행이나 투자자가 알아서 하라는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의 강경 발언은 이날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에서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방안이 발표된 데 따른 구체적 후속 조치다. 정부는 산경장 회의에서 기업이 먼저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담은 구조조정안을 마련해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이른바 ‘선(先) 자구노력, 후(後) 지원’ 원칙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은 2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주요 채권은행장을 불러 석유화학 업종 금융지원 대책을 협의할 예정이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도 참석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구조개편 방안을 금융권에 설명하고, 채권 은행들에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라며 “대주주가 자구노력을 보여야 금융권도 만기 연장 등 지원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위는 채권은행 간 협약을 체결해 석유화학 기업의 자금 수요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만기 연장뿐 아니라 이자 상환 유예, 신규 자금 지원 등 다양한 지원 수단이 협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석유화학 기업 대상 금융권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30조원 수준에 이른다. 단일 산업 기준으로 적지 않은 규모다. 은행권 대출과 시장성 차입이 절반 가량씩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대규모 부실이 동시다발적으로 현실화될 경우 금융권 건전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