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마무리 정해영이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 9회초 구원등판해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부진한 투구로 만루 위기를 자초한 정해영은 끝내기 안타를 허용한 뒤, 이튿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이겨내라.”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44)은 1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이날 마무리투수 정해영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정해영은 전날 경기에서 3-2로 앞선 9회말 부진한 투구로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김인태에게 역전 끝내기 안타를 얻어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이 감독은 “팀에서 가장 좋은 투수를 말소하는 게 굉장히 힘든 일이지만, 잠시나마 우리 경기를 밖에서 지켜보며 책임감과 열정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이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몸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 정해영은 15일부터 2연속경기 등판하기 전까지 8일간 쉬기도 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직구 구속이 시속 140㎞ 초중반으로 떨어졌다. 이 감독은 “부상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다 체크했지만 특별한 이상이 있진 않았다. 일주일 넘게 쉬고도 구속이 나오지 않아 본인도 답답해했을 텐데 이번 말소로 투구 컨디션을 다시 만들고, 마음을 다잡고 돌아오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구속에는 오래 쉰 여파로 투구 밸런스가 깨진 영향도 있을 테니 이 역시 잘 잡고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콜업 시기는 정해진 게 없다. 이 감독은 정해영에게 단순한 체력 충전의 시간을 준 게 아니다. 그는 “(말소 기한 열흘 뒤 콜업 여부는) 그건 모르겠고, 중요한 건 책임감과 정해영이란 투수의 무게감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해영은 지난 몇 년간 우리 팀의 마무리로 굉장한 활약을 펼친 선수이지 않은가. 그에 걸맞은 책임감과 무게감, 열정을 보여준다면 열흘 뒤에 올리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IA 불펜에는 정해영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정해영은 올 시즌 49경기에 구원등판해 2승6패26세이브, 평균자책점(ERA) 3.86, 이닝당출루허용(WHIP) 1.56을 기록했다. 이 감독은 “당분한 (전)상현이에게 마무리 역할을 시킬 것”이라며 “경기 상황에 따라 한 점 차로 앞서는데 상대의 중심타순을 만나게 되면 상현이를 승부처에 투입하고, 9회는 집단 마무리 체제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잠실|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잠실|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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