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반지형 혈압계, 24시간 혈압 측정으로 관리 패러다임 바꾼다

[인터뷰] 반지형 혈압계, 24시간 혈압 측정으로 관리 패러다임 바꾼다

세브란스 심장내과 강석민 교수 “야간 혈압 변동 파악이 치료 전략 좌우”

  • 수면 중 코골이와 무호흡이 나타나면 혈압이 순간적으로 치솟지만, 기존 방식으로는 이를 포착하기 어렵다. 연속 측정의 표준 도구인 24시간 활동혈압계(ABPM)는 20분마다 팔을 조여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강석민 교수(대한심장학회 이사장)는 “이렇게 측정한 혈압이 과연 평상시 혈압일까”라고 반문하며, 최근 일부 병원에서 처방을 시작한 반지형 혈압계 ‘카트 비피 프로(CART BP Pro)’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 ▲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강석민 교수(대한심장학회 이사장)


    연속·야간 모니터링, 왜 중요한가

    혈압은 뇌졸중·심근경색 등 심뇌혈관질환 위험과 직결되는 지표다. 그러나 스트레스, 활동, 수면 단계 등에 따라 변동 폭이 커서, 진료실에서 한 번 재는 값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강 교수는 “심전도를 며칠 붙여 부정맥을 찾듯, 혈압도 연속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심장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카트 비피 프로는 ABPM과 주·야간 혈압 측정에서 높은 일치도를 보였다. 커프 팽창이 없어 수면 방해를 최소화하면서 하루 288회(5분 간격)까지 자동 측정해 혈압 변동성을 세밀하게 추적할 수 있다.

    강 교수는 직접 기기를 착용해 자신의 야간 혈압 하강(dipping) 패턴과 새벽 시간대 반복되는 혈압 급상승 구간을 처음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데이터는 수면무호흡·야간 고혈압 환자의 약물 조정에 유용하다”며, “현재는 반지형 혈압계를 진료실이나 가정혈압 측정보다 시간대별 패턴을 보완해 맞춤 치료를 돕는 보조 도구로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래프 한 장이 바꾸는 환자 상담

    강 교수는 “연속 혈압 데이터의 임상적 가치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시간대별 추이에 있다”며 “밤에 혈압이 오르는 그래프를 보여주면 환자 설득이 훨씬 쉽다”고 말했다. 평소 복약을 주저하던 환자도 야간 상승 패턴을 보면 수긍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카트 비피 프로는 하루 착용 후 다음 날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한 번의 방문으로 분석과 처방 조정이 가능하다”며, “불필요한 재내원이 줄고 복약 순응도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의료진도 시간대별 패턴을 근거로 더 정확한 상담과 약물 조정이 가능해 진료 효율이 향상되고, 환자 만족도 역시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정확도와 해석, 얼마나 믿을 수 있나

    “의사와 환자가 가장 먼저 묻는 건 결국 ‘정확하냐’이다.” 강 교수는 반지형 혈압계가 낮 동안에는 손 사용이 많아 일부 데이터 누락이 생길 수 있지만, 움직임이 적은 야간에는 신호가 안정적으로 잡혀 정확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카트 비피 프로는 20분 간격으로 데이터를 산출해 평균값으로 표시한다. 이 방식은 순간 급등을 완화하는 대신 하루 전체의 변동 패턴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목표혈압 달성률(%)’ 같은 직관적 지표를 리포트에 추가하면 환자 교육과 상담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확도 유지를 위해 처음 착용 시 일반 커프 혈압계와 동시 측정해 기준값을 맞추고, 이후 월 1회 정도 정기 보정을 권장한다. 심방세동 등 부정맥 환자에게서는 신호 해석이 어려울 수 있어 기존 장비로 재측정하는 절차를 병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강 교수는 “ABPM과 동일 환경에서 측정한 야간 혈압 데이터가 일관성과 재현성 면에서 높아 임상 현장에서 충분히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 커프 없이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반지형 혈압계 ‘CART BP pro(카트 비피 프로)’. / 이미지 제공=스카이랩스


    진료 현장에서의 도입과 운영

    세브란스병원은 이달 중 카트 비피 프로를 도입할 예정이다. 강 교수는 “반지형 혈압계는 장비 세트와 기준값 입력 절차만 마련하면 곧바로 진료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는 병원에서 반지 크기를 맞춰 착용하고 기준값을 입력한 뒤 하루만 착용하면 된다.

    현재 혈압 측정은 ‘1일 처방’ 수가 체계로 운영되며, 카트 비피 프로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다. 그는 장기적으로 3일 이상 모니터링 수가 신설과 학회 가이드라인 반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향후에는 현장 상황에 맞춰 적용 범위와 방식을 선별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강 교수의 의견이다.

    혈압 관리의 전환점

    강 교수는 “야간 혈압과 새벽 상승 패턴처럼 기존 장비로는 놓치기 쉬운 정보를 확보하면 고위험군 선별과 조기 개입이 수월해진다. 환자도 커프 착용 불편 없이 생활 속에서 데이터를 모아 치료 순응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외래 진료 중 간헐적으로 측정한 수치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24시간 연속 데이터와 변동 패턴을 토대로 보다 정밀한 맞춤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카트 비피 프로 도입은 단순히 장비를 바꾸는 차원을 넘어 혈압 관리 모델 자체를 진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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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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