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 한복판에서 멸종위기종인 꼬리명주나비가 관찰됐다. 화성시는 8월 14일 동탄복합문화센터 야외공연장 내 체험 논 주변에서 이 나비가 쥐방울덩굴을 찾아 날아든 장면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번 관찰은 인위적으로 방사한 개체가 아니라 자연 상태에서 스스로 서식지를 찾아온 경우로, 도심 한복판에서도 생태계 순환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화성시에 따르면, 나비가 논에 심어진 쥐방울덩굴 위에 앉아 애벌레가 먹이를 먹는 모습까지 관찰됐다. 쥐방울덩굴은 꼬리명주나비 유충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식물로, 화성시는 어린이 대상 ‘논 산책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이 식물을 심어왔다.
꼬리명주나비의 특징과 생김새
꼬리명주나비는 날개 끝이 제비 꼬리처럼 길게 뻗은 모양을 하고 있다. 성충의 날개는 검은빛 바탕에 노란색과 청색 무늬가 선명하며, 날개 길이는 8~10㎝에 달한다.
수컷은 연한 황갈색 바탕에 검은 무늬가 뚜렷하고, 뒷날개 윗면에는 붉은 띠와 파란 점이 있다. 암컷은 흑갈색 바탕에 담황색 무늬가 발달해 있어 멀리서 보면 검은 날개에 노란 띠를 두른 듯 보인다. 긴 꼬리 부분이 명주실처럼 부드럽고 가늘게 흩날려 ‘꼬리명주나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날갯짓은 유연하고 부드러우며, 봄부터 가을까지 4~6회 정도 발생해 들판과 풀밭 위를 활공하듯 날아다닌다. 맑은 날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활동하고, 오전에는 날개를 펼쳐 햇볕을 쬔다. 온도가 높아지면 날개를 접고 꽃이나 풀잎 위에 앉아 쉰다.
서식 환경과 생활사
이 나비는 주로 논과 밭 주변, 하천가의 초지, 산지처럼 습기가 많은 장소에 산다. 먹이를 찾을 때는 낮게 날며 꽃에서 꿀을 빨기도 한다. 암컷은 기주식물의 줄기나 잎 뒷면에 50~60개의 알을 한 번에 낳는다. 부화한 애벌레는 초기에는 무리를 지어 생활하다가 성장하면 각자 흩어져 산다. 번데기는 식물의 줄기, 잎, 나무, 돌 등 다양한 곳에 만든다.
과거에는 농촌 경작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으나, 1990년대 이후 농지 정리 과정에서 쥐방울덩굴이 크게 줄면서 개체수도 급감했다. 현재 꼬리명주나비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며, 쥐방울덩굴은 국외 반출 승인 대상으로 관리되고 있다.
화성에서의 발견, 그 의미
화성에서의 발견은 도심 속에서도 생물 다양성이 회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사례는 서식지 복원과 먹이식물 식재가 나비의 서식에 직접 연결될 수 있음을 입증한다.
화성시는 다음 달 관내 14개 어린이집 유아 400여 명을 대상으로 ‘논 산책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어린이들은 벼 성장 과정과 논 생물, 식물 관찰, 생태계 보전 활동을 직접 체험한다. 특히 나비 애벌레가 쥐방울덩굴을 먹는 장면을 관찰할 기회도 주어진다.
꼬리명주나비는 서식 환경이 제한적이어서 무분별한 채집이나 서식지 훼손에 취약하다. 관찰할 때는 날개나 몸을 손으로 잡지 않고, 먹이식물이나 주변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먹이식물 재배와 서식지 보호가 개체수 회복의 핵심이며, 화성의 체험 논처럼 도심 속에서도 조건만 맞으면 나비가 찾아올 수 있다.
이번 발견은 도시와 자연이 공존할 가능성을 증명한 사례로, 향후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생태 복원 노력이 이어진다면 꼬리명주나비가 더 많은 곳에서 목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