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시어터서 손열음·고잉홈프로젝트 무대…’몰입형 공연’ 표방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플루티스트 조성현, 바수니스트 유성권이 관객들의 박수 속에 무대 위로 등장했다.
이들이 준비한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플루트, 바순을 위한 삼중주’. 연주자들이 눈빛을 주고받은 뒤 연주를 시작하자 어두웠던 객석이 환해졌다. 공간 사방의 벽면에서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과 산, 논을 담은 영상이 펼쳐졌다. 공연장이 농촌의 푸른 들판으로 변하면서 관객은 연주가 이끄는 평화로운 분위기로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지난 15일 서울 광진구 빛의 시어터에서 열린 손열음과 악단 고잉홈프로젝트 무대는 영상과 소리를 결합해 관객들의 몰입을 돕는 색다른 클래식 공연이었다.
이 무대는 몰입형 클래식 음악 축제 ‘클래식 위크엔즈'(Classic Weekends) 일환이다. 클래식 위크엔즈는 소리와 미디어 아트를 결합해 기존 클래식 음악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의 감각 확장을 추구한다. 아시아인 최초로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우승한 홍혜란 소프라노가 예술감독을, 피아니스트 정태양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축제는 층고가 21m에 달하는 1천500평(4천958㎡) 규모 공간인 빛의 시어터에서 열렸다. 이곳은 전면과 측면, 천장을 미디어 아트로 꾸밀 수 있다.
손열음과 고잉홈프로젝트 공연에서도 관객을 둘러싼 사방의 벽면이 몰입을 도왔다. 벽면에 비친 영상은 곡에 따라 달라졌는데,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정서에 초점을 맞춘 듯했다.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멜로디가 담긴 베토벤의 ‘피아노, 플루트, 바순을 위한 삼중주’가 연주될 때는 새가 날아다니는 전원의 영상이, 비애를 그린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삼중주’에는 밤의 아파트 영상을 비추는 식이었다. 바이올린 소리가 고조될 때 아파트 불빛이 번쩍이면서 시청각적으로 강렬함을 선사했다.
고잉홈프로젝트의 하모니도 빛났다. 이 악단은 세계에서 활약 중인 한국 출신 음악가와 한국과 친숙한 해외 연주자들이 주축이 돼 2022년 만들어졌으며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 등이 속해 있다. 베토벤의 ‘피아노, 플루트, 바순을 위한 삼중주’와 클로드 볼링의 ‘플루트와 재즈 피아노 트리오를 위한 모음곡’에서 각 악기가 주선율을 주고받을 때의 호흡,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에서 고조되는 피아노의 재즈풍 연주가 귀를 사로잡았다.
마이크 없이도 소리를 또렷이 전달해주는 공연장 환경도 이들의 풍성한 연주를 즐기는 데 보탬이 됐다. 무대를 에워싼 듯한 객석 형태는 오케스트라보다 규모가 작은 실내악 공연과 어울렸다. 2층 발코니 관객들은 서서 공연을 즐기는 등 통상의 공연장보다 편안한 분위기였다.
손열음은 “(공연장을) 사진으로만 봐서 상상하기 어려웠는데 오고 나서 놀랐다”며 “도전적이어서 매력이 많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축제는 오는 24일까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국내 대표 첼리스트들이 결성한 앙상블 ‘첼리스타 첼로 앙상블’ 공연으로 이어진다.
encounter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