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신작 스릴러 ‘블루 아워’
버려진 일기장 속에 담긴 이야기 ‘폐기된 인생’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블랙 서머 =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영국 컴브리아 경찰서의 형사 워싱턴 포는 유명 셰프 재러드 키튼의 열여덟 살짜리 딸 엘리자베스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다. 엘리자베스의 흔적은 찾을 수 없고, 그가 일하던 식당 주방은 피투성이다.
포는 딸의 실종을 신고한 재러드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재러드는 가학적인 성격의 사이코패스였고 딸의 피가 낭자한 식당의 주인이었다. 시신도 발견되지 않았고 증거도 부족했으나 재러드는 유죄를 선고받는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나 컴브리아 경찰서를 떠났던 포는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듣고 옛 근무지를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엘리자베스가 살아서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에 빠진다.
영국 범죄·추리소설 작가 M. W. 크레이븐(57)의 장편으로, 영국 골드 대거상(Gold Dagger) 수상작인 ‘퍼핏 쇼’의 후속작이자 워싱턴 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두 번째 작품이다.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어 수감시켰다는 죄책감과 자기 판단이 틀리지 않았을 거라는 직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포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위즈덤하우스. 544쪽.
▲ 블루 아워 = 폴라 호킨스 지음. 이은선 옮김.
은둔한 채 창작에만 몰두했던 화가 겸 도예가 버네사 채프먼이 세상을 떠나고 그가 남긴 작품들이 전시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법의인류학자가 이 전시회에 사람의 뼈가 전시됐다고 주장한다.
문제가 된 것은 동물 뼈를 다른 소재와 배치한 ‘분할2’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만든 버네사의 남편이 20년 전 실종돼 아직도 그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 사람 뼈로 만든 작품이라면 큰 파장이 일 수 있다.
작품을 상속받은 페어번 재단은 뼈가 진짜 사람의 것인지 조사하는 한편 큐레이터 베커를 죽은 버네사의 집과 작업실이 있는 에리스섬에 보내 진상을 파악하도록 한다.
‘걸 온 더 트레인’으로 잘 알려진 짐바브웨 출생 영국 작가 폴라 호킨스(53)의 미스터리 스릴러 장편소설이다.
스산한 이야기 전개와 맞물려 인물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관찰해 묘사함으로써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사건의 주 무대인 에리스섬은 썰물 때만 육지와 연결되는 섬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초조함과 불안감을 자아낸다.
문학동네. 408쪽.
▲ 폐기된 인생: 쓰레기장에서 찾은 일기장 148권 = 알렉산더 마스터스 지음. 김희진 옮김.
노숙인으로서 다른 노숙인의 인생을 전기 ‘스튜어트: 거꾸로 가는 인생’으로 펴내 화제가 됐던 영국 작가 알렉산더 마스터스(60)의 새 논픽션이다.
작가는 2001년 케임브리지의 공사장 옆 쓰레기 컨테이너에서 148권에 달하는 일기장을 발견하고 그 내용에 호기심을 느낀다. 작가는 버려진 지 오래되지 않아 아직 손상되지 않은 일기장들을 탐독한다.
일기장들은 장장 50년 동안 1만5천페이지에 걸쳐 쓴 것으로 한 사람의 인생 대부분이 담겨 있다. 일기 주인은 셰익스피어 권위자이자 작가가 되려는 야망을 품고 10대 때 최소 세 편의 소설을 썼으며, 자기 그림 실력이 반 고흐의 실력에 못지않다고 믿었다.
작가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일기에 담긴 정보들을 토대로 작성자의 행적을 추적한다. 일기장 주인을 찾을 실마리를 잡았나 싶다가도 놓치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새로운 단서를 발견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의 삶이 매력적인 이야기로 재탄생한 것은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각자의 인생이 사실 특별하고 가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문학동네. 3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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