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절친 사이인 이강인과 구보 다케후사가 스페인의 명문 구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관심의 이유가 마냥 반갑지는 않다. 보도에 따르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한국과 일본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축구 스타인 이강인과 구보를 영입해 아시아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기대감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선수를 앞세운 마케팅은 이제 스포츠계에서 일반적인 일이 되었지만, 선수 영입을 시도하려는 의도가 이 정도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스페인 매체 ‘문도 데포르티보’는 15일(한국시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나폴리에서 데려온 자코모 라스파도리 영입으로 2025-2026시즌을 위한 스쿼드 구성을 마쳤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더 이상 선수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전력 보강을 끝냈지만 추가 영입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만약 남은 이적시장 기간 동안 팀을 떠나는 선수가 생긴다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추가 영입을 나설 거라는 게 ‘문도 데포르티보’의 설명이다.
‘문도 데포르티보’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측면 수비수 나우엘 몰리나를 언급하면서 그가 올여름 팀을 떠날 경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측면 보강을 위해 추가 영입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몰리나의 대체자로 유력한 선수는 유벤투스의 니코 곤살레스다.
다만 언론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최고경영자(CEO) 힐 마린은 레알 소시에다드의 구보 다케후사도 선호하고 있다”면서 “(니코 곤살레스에 비해) 가격이 더 높기는 하지만, 구보는 오래 전부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관심 목록에 있었다”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곤살레스 대신 구보를 영입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강인에 이어 구보까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영입 후보로 거론된 것이다.
앞서 지난달 1일 스페인 매체 ‘스포르트’는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후보로 밀려난 이강인은 팀을 떠날 수도 있다”며 “크리스털 팰리스가 그를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계획이며,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나폴리, 그리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모두 영입 레이스에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높은 공신력을 자랑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내부 소식통(ITK, In The Known)으로 유명한 ‘루모레 ATM’은 지난 6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이강인 영입이 모든 면에서 전략적 강화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2023년에도 이강인 영입 직전까지 갔으나 막판에 PSG에 빼았겼다. 그러나 이번 여름 스쿼드에 자리가 생긴다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이강인이 스페인 라리가의 RCD 마요르카에서 뛰던 시절 이강인 영입을 시도한 팀으로 유명하다. 당시 이강인이 리그에서 보여준 활약을 눈여겨보고 있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2023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이강인에게 관심을 표명, 공식 제안까지 건넸으나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PSG에게 경쟁에서 밀리며 영입에 실패했다.
이강인과 구보 모두 이적을 고려할 이유는 충분하다.
먼저 이강인은 출전 시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 전반기만 하더라도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신임을 받았으나, 후반기 들어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벤치 자원으로 전락했다. 이강인에게 신뢰를 보내던 엔리케 감독은 중요 경기 때마다 이강인을 외면하면서 그가 PSG의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는 것을 확실히 했다. 연장전까지 흘러간 리버풀과의 16강 2차전을 제외하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 출전하지 못한 것이 이강인의 현주소였다.
물론 최근 토트넘 홋스퍼와의 UEFA 슈퍼컵에 교체 출전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추격골을 터트렸고, 승부차기에서 팀의 네 번째 키커로 나서 승부차기를 성공시키는 등 눈도장을 찍기도 했으나 이것이 당장 이강인의 입지를 바꿀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까지 1년도 남지 않은 만큼 이강인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출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구보는 빅클럽 도약을 꿈꿀 만한 시기다.
20대 중반에 접어든 구보는 현재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으나, 규모가 더 큰 구단에서 뛸 만한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인 리버풀이 구보에게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 점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구보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자신이 익숙한 스페인 무대를 떠나지 않으면서도 커리어 면에서 한 단계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제안이 온다면 구보로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딱히 없어 보인다.
다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두 선수를 노리는 이유가 마냥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문도 데포르티보’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CEO 힐 마린은 아시아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구단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두 선수를 영입해 아시아 시장을 개척하길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모레 ATM’ 역시 “글로벌 관점에서의 이적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사무실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는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이강인이나 구보 다케후사를 영입해 아시아 시장을 여는 것이 힐 마린 CEO의 오랜 꿈”이라며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특정 선수를 통한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이제 익숙한 일이 되었지만, 선수를 영입하기도 전부터 영입 목적이 마케팅에 있다는 이야기는 썩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두 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출전 시간과 커리어 도약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진정 두 사람을 영입하고 싶다면 두 선수를 설득할 만한 목적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매드풋볼 /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