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했다. 미국 소비자의 경기 인식이 엇갈리는 경제지표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눈치보기에 나섰다.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알래스카 정상회담에도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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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08% 오른 4만4946.12를 기록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29% 하락한 6449.80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40% 내린 2만1622.97에 거래를 마쳤다.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킷은 “최근 조정장에서의 빠른 회복이 개인투자자의 저가매수 전략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랠리에 대한 회의론이 존재해 과도한 낙관이나 자만심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엇갈린 소비지표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고심이 깊어졌다. 아직까진 소비 상황이 괜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하반기 들어 둔화할 가능성이 나타난 것이다. 우선 7월 소매판매가 자동차 판매와 대형 온라인 할인행사에 힘입어 전반적 범위에서 증가세를 보이면서 소비가 살아나는 신호를 보냈다.
◇소매판매는 두달째 오름세…유통업체 할인행사 덕분
미 상무부에 따르면 7월 소매판매액은 전월보다 0.5% 늘었다. 6월 수치는 당초 발표된 0.8%에서 0.9%로 상향 조정됐다. 두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간 것이다. 자동차를 제외한 판매는 0.3% 증가했다.
소매판매 증가는 13개 항목 가운데 9개에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 판매는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아마존의 프라임데이 연장 행사, 월마트의 ‘딜’ 주간, 타깃의 할인전 등 영향으로 온라인 소매업체와 종합상품점 매출도 증가했다.
이 같은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 상반기 주춤했던 소비가 하반기 들어 회복세로 전환됐음을 시사한다. 고용시장이 다소 둔화하고 있지만, 통상 정책의 명확성이 높아지고 증시가 반등하면서 소비자들의 지출 심리가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고용둔화세, 그리고 예상보다 높아진 미국 평균 관세율(18.3%)을 고려하면 하반기 소비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美소비자심리 4개월 만에 하락…물가상승 기대치 급등
실제 8월 미국 소비자심리는 4개월 만에 처음 하락하고 향후 물가상승률 기대치가 큰 폭으로 뛰었다. 미시간대가 이날 발표한 예비치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58.6으로, 전월(61.7)보다 하락했다.
시장 전망치도 밑돌았다. 소비자들은 향후 1년 물가상승률을 연 4.9%로 예상해, 지난달 소폭 낮아졌던 기대치가 다시 반등했다. 5~10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3.9%로 높아졌다.
조앤 슈 미시간대 소비자조사 디렉터는 “소비자들은 앞으로 물가와 실업이 모두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설문에 따르면 소비자의 62%가 1년 내 실업률 상승을 예상했으며, 이는 전달보다 증가한 수치다.
같은 날 미시간대가 발표한 별도 보고서에서는 응답자의 58%가 올해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가전제품, 외식 등이 감축 대상에 포함됐다. 슈 디렉터는 “여름 초반에는 다소 완화됐던 고물가 우려가 이달 들어 다시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엘리자베스 렌터 너드월릿 선임이코노미스트는 “가계는 관세와 물가상승의 영향, 그리고 냉각되는 고용시장 속에서 일자리 유지 가능성에 우려를 느끼고 있다”며 “이러한 우려는 저축과 소비 행태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내주 잭슨홀 주목…금리인하하겠지만 ‘매파적’ 인하 가능성
투자자들의 관심은 다음 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중앙은행 심포지엄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설로 향하고 있다. 시장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확신하고 있으며, 10월이나 12월에도 최호 한차례 더 추가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인플레이션이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보이면서 ‘매파적 인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준이 일단 금리를 내리겠지만, 추후엔 신중론을 고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파월 의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증행 총재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는 지속적인 물가 압력이 다시 높아지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 최소 한 번 더 인플레이션 지표를 보고 싶다고 밝혔다.
굴스비 총재는 이날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최근 물가 흐름과 관련해 “다소 혼재돼 있다”며 “우리가 여전히 ‘황금 경로(golden path)’ 위에 있는지 판단하려면 최소한 한 번 더 데이터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확인된 높은 서비스 물가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지만 “한 달치 지표에 과도하게 반응해서는 안 된다”며 이날 발표된 7월 수입물가 상승세도 같은 맥락에서 언급했다.
굴스비 총재는 “물가 상승 중에서 일시적이라고 보고 무시할 부분과 대응해야 할 부분을 구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번 달 첫 두 번의 물가 지표와 같은 결과가 계속 나온다면 상황이 안정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에 기준금리가 25bp 인하될 확률을 84.8%로 반영했다. 이는 전날 92.1%에서 또 후퇴한 것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는 “시장에서는 9월 25bp 금리 인하에 이어 10월 또는 12월에 최소 한 차례 추가 인하가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지만, 파월 의장이 다소 긴축적인 정책 기조 유지의 필요성을 경고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의 귀재’ 버핏 매수소식에…유나이티드헬스그룹 12% 급등
인텔은 이날 2.93% 상승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텔 지분 인수를 위해 ‘반도체법(Chips Act)’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영향을 비쳤다. 이는 경영난에 처한 인텔을 지원하고 미국 내 반도체 제조 기반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11.98% 급등했다. 워런 버핏이 최대 주주인 버크셔해서웨이가 2분기(4~6월) 이 회사 주식을 15억7000만달러(약 2조2000억원) 사들였다는 소식이 호재였다.
매그니피센트7는 엇갈렸다. 테슬라(-1.5%), 엔비디아(-0.86%), 마이크로소프트(-0.44%), 애플(-0.51%) 등은 하락했다. 반면 알파벳(0.53%·), 메타(0.4%), 아마존(0.02%) 등은 소폭 올랐다.
◇조금씩 꼬리 들어올리는 국채금리…10년물 4.32%
국채금리는 이틀 연속 꼬리를 들어올렸다.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9bp(1bp=0.01%포인트) 오른 4.322%를,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1.6bp 상승한 3.755%에 거래를 마쳤다. 하반기에 인플레이션이 차츰 심화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달러는 다시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42% 내린 97.84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뚝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1.16달러(1.81%) 내린 배럴당 62.8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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