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하반기에 볼 수 있는 조여정의 두 얼굴

2025 하반기에 볼 수 있는 조여정의 두 얼굴

여름 극장가를 들썩이며 관객몰이 중인 영화 〈좀비딸〉에서는 맑은 눈의 좀비 헌터로, 연이어 9월 5일 개봉을 앞둔 〈살인자 리포트〉에서는 살인자를 인터뷰하는 기자까지. 극장가를 가득 채운 조여정의 두 얼굴.


〈좀비딸〉: 첫사랑 그녀는 좀비 헌터


지난 7월 30일 개봉한 영화 〈좀비딸〉은 개봉 7일만에 손익분기점인 22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몰이 중인데요. 영화를 본 사람들의 후기로 더욱 입소문이 나며 얼어붙은 한국영화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아포칼립스가 된 세상. 좀비 소탕 작전이 대대적으로 펼쳐지는 와중에 부녀도 구사일생 탈출에 성공하지만 날벼락처럼 딸이 이상 증상을 보이고, 이 세상 마지막 좀비가 되어버립니다. 딸의 아버지 정환(조정석)은 딸을 지키기 위해 엄마가 사는 고향 마을로 내려가 일반인처럼 살 수 있는 ‘좀비 컨트롤’ 극비 훈련에 들어가는데요. 그들 앞으로 조정석의 첫사랑 연화(조여정)가 난데없이 훅 등장합니다.

은봉중학교로 새로 부임한 교사 연화와 정환이 재회하며 장르가 잠시 로맨틱 코미디로 변하는가 싶은 몽글한 그 시절 감정이 차오르기도 전에 조여정은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습니다. “어디 잡아 죽일 좀비 없나?”를 입에 달고 다니면서 말이죠.

그녀의 전 연인이 좀비가 되어버려 직접 그를 ‘처리’했던 그녀는 국가공인 좀비 헌터로 활약했습니다. 검도로 다져진 무술 실력을 바탕으로 사냥하는 자의 날 선 시선과 동시에 어딘지 모르게 발랄한 ‘맑은 눈의 광인’ 같은 연화 캐릭터를 조여정은 너무나도 천연덕스럽게 연기합니다. 장르의 리듬은 다시 코미디로 전환되며 분위기를 변주하죠.

사랑스러운 모습부터 거침없는 강인한 모습까지. 연화 캐릭터의 다면적인 면모를 사랑스럽게 또 코미디 장르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표현한 조여정. 영화를 보면 〈좀비딸〉의 필감성 감독이 조여정을 두고 “서랍이 많은 배우”라는 극찬을 한 이유를 알 수 있죠.


〈살인자 리포트〉: 특종의 유혹에 걸린 기자


〈좀비딸〉에 연이어 9월 5일 개봉을 앞둔 〈살인자 리포트〉는 조여정과 정성일 두 배우의 연기 차력쇼를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편집국의 압박과 성취의 공백이 겹쳐진 위기의 베테랑 기자 백선주(조여정). 조여정은 속내를 감춘 얼굴로 특종에 목마른 캐릭터의 갈증을 드러냅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죠. “3일 뒤 자정에 사람을 죽일 겁니다. 대신 기자님이 인터뷰에 응해주시면 사람을 살릴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연쇄살인범입니다.” 전화를 한 사람은 정신과 의사 영훈(정성일). 소름 돋는 전화 앞에 그녀는 신고를 하거나 무시하는 대신 1:1로 그를 대면하러 나섭니다.

“나 특종 떼러 가는 거 아니야. 사람 구하러 가는 거지.” 마치 정의를 위해 가는 것처럼 말하는 조여정의 표정은 의연하고 단호하지만 두려움과 의심이 뒤섞인 복잡미묘한 모습이죠. 전화 속 목소리는 그녀를 호텔 스위트룸으로 부릅니다. 그곳에서 지금껏 11명을 죽였다는 남자와 단 둘이 벌이는 1:1 인터뷰라는 밀실 구도는 긴장감을 극도로 높입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만난 영훈은 살인의 동기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믿기지 않는 논리를 펼치죠.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 선주는 질문을 좁혀 들어가며 피의자의 자의식을 흔듭니다. 선주는 곧바로 추궁→공감→거리두기를 반복하며 상대의 자의식을 벗겨냅니다. 호텔 스위트룸은 인터뷰 세트이자, 두 사람의 게임보드가 됩니다. 인터뷰이와 인터뷰어. 이 황당한 인터뷰에서 누가 주도권을 가져가는지 기싸움이 팽팽한 줄다리기처럼 이어지죠. 제작발표회에서 조여정이 “극 중에서 담담한 척 했지만 극도의 긴장감을 계속해서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 그 긴장을 표현하다 보니 미간이 아프더라. 자다가도 이마가 아팠다.”고 털어놓기도 한 것처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인물의 심리 표현이 클로즈업 화면으로 이어집니다.

“인터뷰를 멈추는 순간, 살인은 다시 시작된다”는 태그라인처럼 선주가 탈출을 결심하는 순간 영훈은 실시간 살인 예고로 심리의 족쇄를 채우고, 선주는 카메라 ON/OFF의 경계에서 윤리와 본능이 충돌하는 결정의 시간을 맞이하죠. 조여정은 연이어 개봉하는 영화에 대해 “〈좀비딸〉 이후에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는데 관객 분들이 그런 다른 점을 흥미롭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는데요. 그녀의 말처럼 올여름 극장의 즐거움 중 하나는 서로 다른 서랍 속에서 꺼낸 조여정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기꺼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네요.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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