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신동훈 기자] 현재 K리그 심판 수준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최근 축구계 화두는 ‘판정 불신’이다. 심판진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다. 특히 K리그2가 심하다. 경험 없는 주심, K리그1 등에서 징계를 받고 내려온 VAR 심판들 사이에 ‘환장의 콜라보’가 매 라운드 펼쳐지고 있다. 기준이 없고 오락가락한 판정이 이어져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 모든 판정은 주심이 해야 하는데 경합 상황만 나오면 VAR과 교신하느라 추가시간이 늘어나고 흐름이 끊기는 웃지 못할 일도 반복되는 중이다.
전남 드래곤즈vs천안시티FC 경기는 마치 K리그2 심판들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듯했다. 경기는 천안의 4-3 승리로 끝났는데 세부적으로 보면 수많은 판정 논란이 있었다. 가장 큰 건 전반 20분 민준영 골 당시 오프사이드 판정이다. 민준영 골 이후 5분간 VOR(비디오 판독실)과 교신하던 주심은 패스를 준 정강민이 오프사이드를 범했다며 취소를 선언했다.
육안으로 봐도 온사이드였다. 전남 벤치에서도 이미 방송 영상을 보며 온사이드라고 확신했는데 오프사이드로 하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대기심은 “정강민 어깨가 라인을 넘었대요”라고 했다고 알려졌다.
추후에 나온 발표를 보면 기계적 결함으로 인해 선이 잘못 그어져 오심이 나왔다고 했는데, 기계적 결함이 있더라도 눈으로 보면 온사이드였다.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정할 때 선을 그리기도 하지만 부심도 지켜본다. 부심은 최종 수비 위치에 맞춰 움직이는데 이를 봐도 정강민과 차이가 났다.
무려 5분 동안 지켜봤는데 판정은 온사이드였고 민준영 원더골을 취소됐다. 기계적 결함을 떠나 심판 자질이 의심되는 심각한 능력 부족이다. 이날 문제는 VAR에만 있지 않았다. 추가시간 8분이 주어졌고 그 과정에서 천안의 페널티킥이 나왔는데 주심은 더 시간을 주지 않고 추가시간 8분에 끝냈다. 전남 공격 상황에서 패스가 주심에 맞아, 전남에 드롭볼을 줘야 하는데 천안에 줬다. K리그에서 가장 예민하게 보는 팔꿈치 파울이 발생했는데 경고 없이 넘어갔다.
오심 후 대처도 문제였다. 피해를 당한 전남에 어떤 사과도 없었다. 심지어 공문까지 보내고 답을 요구했는데 회신도 없었다고 파악됐다. 오심을 저지른 심판들의 징계 여부 등도 공개되지 않았다. 불통, 밀실 행정이 이어졌다. 경기장에서, 또 경기장 밖에서 K리그 심판들 수준이 보이고 있다.
전남 외에도 시즌 내내 구단들은 피해를 보고 있다. 판정에 대해 설명을 들으려고 하면 주심이 다가와 말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하고, 계속 설명을 요구하면 경고 혹은 퇴장을 선언한다. 판정에 대해 어떤 언급도 불가하고, 언급을 할 경우 바로 징계가 내려져 출장 정지를 받거나 벌금을 내야 한다. 언급만 해도 공개 징계를 받는 것과 달리, 오심을 저지르고 피해를 끼친 심판들은 위처럼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전남처럼 공문을 보내는 경우도 종종 있으나, 앞서 말한대로 사과는 고사하고 회신조차 오지 않고 보복성 판정 우려가 있어 그 마저도 조심하고 있다. 소통도 안 되는데 권위의식을 내세워 아예 벽을 세워버리는 모습에서 신뢰도는 더 떨어지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판정이 매 라운드마다 나오는 건 덤이다.
K리그2 한 관계자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허망함이 든다. 상대를 이기려고 선수들 컨디션 관리를 트레이너, 의료 스태프와 하고 일일이 미팅을 하며 동기부여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밤잠을 설치며 코치들과 전략, 전술을 짠다. 우리는 무조건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번 이상한 판정이 나와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 전술, 전략이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이 든다. 리그, 구단, 선수, 감독, 스태프, 팬분들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K리그에서 월드컵 같은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심판들이 없다. 문진희 심판위원장은 국제 심판을 키우기 위해 프로 무대에서 심판들이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경험을 쌓는 것도 물론 중요한데, 프로는 증명하는 자리다. 누군가의 경험을 위해 왜 리그 전체가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일단 폐쇄적인 구조를 열어야 한다. 불통, 밀실 행정으로는 아무리 심판들이 경험을 쌓아도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권위의식을 버려야 하며 필요할 때만 소통하는 척을 하는 ‘쇼통 자세’도 이제 그만해야 한다. 밖으로 나와 대화를 하고 설명을 하고 비판을 받아들여야 발전이 있다. 지금과 같은 자세를 이어가면 앞으로도 K리그 출신 국제 심판들은 보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