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손흥민이 토트넘홋스퍼를 떠나면서 밝힌 바람이 이뤄질 뻔했으나 이강인이 이를 막아냈다.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우디네의 스타디오 프리울리에서 2025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을 치른 파리생제르맹(PSG)이 토트넘홋스퍼와 2-2로 정규시간 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승부차기 끝에 4PK3으로 토트넘을 꺾었다. 이로써 PSG는 1996년 준우승 아픔을 딛고 창단 첫 슈퍼컵 우승을 일궈냈다.
토트넘이 손흥민 없이 공식 대회 첫경기를 치렀다. 손흥민은 지난 2일 방한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는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올여름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라며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동기부여를 갖고 다시 시작하고자 했다. 팬들과의 즐거운 추억, 트로피를 안고 간다. 10년 넘게 한 곳에 머물렀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했다. 23세에 영국에 처음 왔을 때는 아직 어렸고 영어도 잘 못했다. 남자가 돼 떠난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뉴캐슬유나이티드와 프리시즌 경기를 통해 토트넘 고별전을 가졌다.
이후 손흥민은 구단 공식 인터뷰를 통해 토트넘에 덕담을 건넸다. 당시 손흥민은 “토트넘이 이번 시즌 5개 대회에 나서는데 모두 우승하길 바란다. 그게 내 마지막 바람”이라고 말했다. 토트넘은 슈퍼컵을 비롯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UEFA 챔피언스리그, 잉글랜드 카라바오컵(리그컵), 잉글랜드 FA컵에 참가한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바람을 슈퍼컵부터 이뤄내는 듯했다. 이날 토마스 프랑크 감독은 PSG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5-3-2 전형을 들고 나왔다. PSG가 양 풀백을 높게 올려 공격 상황에서 2-3-5에 가까운 전형이 되는 걸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실제로 경기 시작 후 70분 정도까지는 프랑크 감독의 의중이 적중했고, 세트피스 공격을 통해 미키 판더펜과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연달아 득점하면서 우승컵이 가까워졌다.
그러나 이강인이 토트넘의 우승을 막아세웠다. 후반 22분 워렌 자이르에머리를 대신해 투입된 이강인은 몇 차례 날카로운 패스와 슈팅으로 평소보다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후반 40분에는 비티냐가 내준 패스를 페널티아크 왼쪽에서 강력한 왼발 중거리슛으로 연결했고, 공이 오른쪽 골문으로 꽂히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이후 PSG는 토트넘을 밀어붙인 끝에 후반 추가시간 4분 곤살루 하무스의 극적인 동점골이 나오며 경기를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다.
승부차기에서 PSG는 1번 키커 비티냐가 실축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토트넘 3번 키커 판더펜의 슈팅을 뤼카 슈발리에가 막아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토트넘 4번 키커 마티스 텔이 승부차기를 실축하며 승기가 PSG에 왔다. 이때 4번 키커로 나선 이강인은 강력한 왼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비카리오 골키퍼를 속이고 골망을 흔들었다. PSG는 이 우위를 끝까지 지켜 승부차기 끝에 PSG에 우승을 차지했다.
토트넘이 좋은 전략을 들고 나와 PSG를 괴롭혔고, 손흥민의 마지막 바람을 기분좋게 이뤄내는 듯했다. 그러나 PSG에는 강력한 교체 자원들이 있었고, 이강인과 하무스가 후반 막바지 토트넘 수비를 뚫어내며 결과적으로 토트넘이 아닌 PSG가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