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손흥민의 이적 공백 속에서 새로운 주장 임명을 전격 발표했다.
그 주인공은 일찌감치 예상됐던 크리스티안 로메로다.
구단은 13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토마스 프랑크 감독이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신임 주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손흥민이 올여름 LAFC 이적으로 팀을 떠나면서 발생한 주장직 공백은 결국 로메로의 차지가 됐다.
토트넘 구단은 발표문에서 “2023년 8월 손흥민의 부주장으로 임명됐던 로메로는 이제 주장 완장을 물려받게 됐다”며 “프랑크 감독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이 끝난 뒤 새로운 리더십 그룹도 함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프랑크 감독은 현재 팀이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 결승전을 위해 이탈리아 우디네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구단 채널을 통해 로메로의 주장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로메로와 충분히 대화를 나눴고, 그가 우리를 이끌 주장으로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로메로는 매우 영광스럽고 기뻐했다. 이 멋진 클럽을 이끄는 일은 단순히 이번 슈퍼컵뿐 아니라 시즌 전체에 걸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로메로는 경기장에서 행동으로 팀을 이끌고, 밖에서도 선수들을 끊임없이 독려한다. 이런 모습이 주장으로서 필요한 자질”이라고 평가했다.
프랑크 감독은 또한 주장 외에도 복수의 리더를 세우는 ‘리더십 그룹’ 구성을 예고했다. 그는 “주장 한 명만으로는 부족하다. 4~5명 리더를 두어 서로 보완하도록 할 것”이라며 “나 역시 혼자 모든 걸 할 수 없고, 훌륭한 코칭스태프가 필요하다. 이적시장이 마감된 뒤 전체 상황을 점검해 그룹을 확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메로 역시 공식 채널을 통해 주장 임명 소감을 전하며 팬과 팀에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UEFA 슈퍼컵 결승을 앞두고 구단 채널 인터뷰에서 “정말 기쁘고 영광스럽다. 팀과 함께 경기에서 승리하고 싶다”며 “프리시즌 전부터 프랑크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감독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했다. 큰 책임이지만, 선수들과 팬들을 위해 즐겁게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년간 클럽은 항상 승리를 가까이 두었지만 쉽지 않았다. 이번 슈퍼컵을 시작으로 시즌을 함께 승리하며 좋은 순간을 즐기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수비수 로메로는 2021년 여름 세리에A 아탈란타에서 영입됐다. 당시 2020-2021시즌 이탈리아 무대에서 ‘최고의 수비수’로 선정된 그는 토트넘 합류 이후 1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우며 주축 센터백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지난 시즌 UEFA 유로파리그 우승 당시 미키 판더펜과의 탄탄한 중앙 수비 조합은 팀의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로메로의 주장 임명은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확정적이지 않았다. 손흥민이 이적설에도 불구하고 프리시즌 기간 동안 완장을 번갈아 착용했고, 프랑크 감독은 당시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손흥민의 LAFC행이 가시화되고, 토트넘이 로메로의 잔류를 위해 고액 재계약까지 준비하는 상황에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영국 ‘풋볼런던’에 따르면, 토트넘은 로메로에게 주급 20만 파운드(약 3억 73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의 재계약 조건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팀 내 최고 연봉자였던 손흥민(주급 19만 파운드)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구단의 확고한 신뢰를 보여주는 금액이다.
시즌 종료 전부터 스페인 클럽들과 링크가 진했던 로메로는 거액의 주급과 더불어 주장직이라는 거부하기 힘든 매력적인 조건에 잔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로메로가 완벽한 주장감이라는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 시즌 잦은 부상과 징계, 그리고 토트넘 의료진과의 갈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특히 3월 A매치 기간, 햄스트링 부상 중에도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합류해 풀타임 2경기를 소화한 일은 팬들의 비판을 샀다. 이후 인터뷰에서 “토트넘 의료진이 복귀를 늦췄다”고 발언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그럼에도 구단이 로메로를 붙잡고 주장 완장을 맡긴 배경에는 대체 불가능한 수비력과 경기장 안팎에서의 리더십이 있다는 평가다.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센터백으로 평가받는 그는 20대 후반에 접어들며 선수로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와 유럽 대항전 그리고 자국 컵 대회들을 모두 병행해야하는 2025-2026시즌, 토트넘은 로메로를 중심으로 한 수비 라인에 승부를 걸 전망이다.
프랑크 감독 체제에서 로메로가 주장으로서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그리고 손흥민이 떠난 자리를 어떻게 메울지가 향후 토트넘 시즌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토트넘 홋스퍼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