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년] ③ 해방과 함께 찾아온 분단…여전히 먼 통일

[광복 80년] ③ 해방과 함께 찾아온 분단…여전히 먼 통일

北 ‘두 국가론’ 펼치며 “마주 앉을 일 없다”…南 대화 복원 타진

‘통일 필요성’ 인식 젊을수록 낮아져…전문가 “통일이 새로운 기회임을 알려야”

광복, 환희의 순간

(서울=연합뉴스) 1945년 9월 9일 서울역에서 총독부 건물까지 거리행진을 하며 광복의 기쁨을 만끽하는 한국인들.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들고 있다. <<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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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한반도가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난 지 80년이 지났다.

1945년 8월 15일 정오. 일왕 히로히토가 라디오를 통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며 온 겨레는 그토록 갈망하던 광복을 맞았지만 해방의 기쁨은 찰나였다.

한반도에 진주한 미군과 소련군은 광복 직후 분할 통치를 위해 북위 38도 위선을 기준으로 삼팔선을 그었고, 이후 남북에 각각의 정부가 수립된 뒤 6·25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해방과 동시에 동강 난 한반도는 이제 또다시 중대 갈림길에 선 분위기다.

북한은 남북이 한 민족이라는 사실마저 잊으려하고 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며 분단을 영구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여전히 통일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점점 굳이 통일이 필요하냐는 인식 또한 커지는 분위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3년 12월 27일 당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소집된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보고를 받고 있다.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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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두 국가론’ 분단 영구화 움직임…南 유화책으로 관계복원 추진

북한은 2019년 2월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이른바 ‘하노이 노딜’ 이후 대미 정책은 물론 대남 정책마저 근본적으로 바꿨다.

2023년 4월 남북 연락채널을 일방적으로 차단하더니 그해 1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이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고착화된다”고 선언했다. 2024년 1월에는 “우리 공화국의 민족 력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 버려야 한다”라고까지 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헌법에 반영하라고 지시했고, 북한은 남한을 더는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 ‘한국’이라 부른다.

작년 10월 남북을 연결한 경의선·동해선 일부 구간을 폭파하는가 하면, 같은 해 4월 군사분계선(MDL) 인근과 비무장지대(DMZ) 북측 지역에 다수의 병력을 투입해 삼중 철책을 설치하고 대전차 방벽을 세우는 등 요새화 작업까지 했다.

남북을 물리적으로 단절하는 조치까지 착착 진행한 것이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등 긴장 완화 조처를 추진하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북한 또한 대남 소음 방송을 중단하고 일부 확성기의 철거에 나서는 등 호응하고 있지만, 이런 분위기가 남북 간 대화 재개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8일 담화에서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일관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과거와 같은 형식의 남북대화가 더는 가능하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많다.

군, 고정식 대북 확성기 철거

(서울=연합뉴스) 군이 4일 대북 심리전을 위해 전방에 설치한 대북 확성기의 철거에 들어갔다. 사진은 이날 대북확성기 철거 작업하는 모습. 2025.8.4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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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 필요성’ 인식 젊을수록 낮아져…전문가 “공론화해야”

우리 헌법에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통일에 대한 국민의 염원은 점차 흐릿해지고 있다.

고령화한 실향민 1세대의 사망으로 남북 간 혈연이 느슨해진 데다, 우리 사회의 저성장이 이어지며 통일된 한반도에서 북쪽의 경제 재건 비용 부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진 탓이다.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30일 기준으로 정부에 등록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3만4천427명 가운데 9만8천796명(73.5%)이 숨졌다.

통일부가 지난 4월 공개한 ‘2024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교 학생 가운데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47.6%로 3년 전 조사에 견줘 13.6%포인트 떨어졌다.

‘통일이 필요 없다’는 응답은 42.3%로 3년 전 조사보다 17.3%포인트 뛰었다.

통일연구원이 올해 2월 공개한 ‘KINU 통일의식조사 2024’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관찰된다.

밀레니얼 세대(1991년 이후 출생자)에서 ‘통일이 자신의 이익이 된다’는 답은 단 23.5%에 그쳐 나머지 세대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은 수준을 보였다.

통일이 ‘국가에 매우/다소 이익이 된다’는 인식은 전체적으로 66.4%로 측정됐으며, ‘북한주민에 이익이 된다’는 답은 92.4%에 달했다.

‘이산가족의 날’ 전시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5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이산가족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 기념, 다시 만날 그날까지’ 전시에서 관람객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3.12.5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통일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제언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가 원한다고 통일이 되고 원하지 않는다고 통일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통일에 대해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국 사회의 침체와 고령화를 돌파하는 데 통일, 즉 경제 영토의 확장이 도움이 되며 새로운 기회라는 걸 젊은 세대에게 꾸준히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조건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식의 주입식 각성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며 “통일을 지향한다는 대전제는 갖되,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일지 자연스럽게 논의하는 게 다양한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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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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