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미국과 일본 간의 관세 협상이 타결되며 미국이 일본산 자동차에 대해 상호 관세율 15%를 적용하기로 하자, 향후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 내 관세 정책 변화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약 한국 역시 일본과 유사한 조건으로 무역협상을 타결할 경우, 현대차, 기아 등 국내 완성차 기업의 대미 관세 부담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23일 보고서를 통해 “현재 미국은 한국산 수입 완성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평균 수입가격(2.4만달러) 기준 대당 약 6천달러(약 825만원)의 비용이 추가된다”고 밝혔다.
2024년 기준 한국산 완성차의 대미 수출은 약 143만 대 규모로, 현대차와 기아가 약 100만 대, 한국GM이 약 41만 대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관세 구조가 유지될 경우, 현대차·기아의 연간 관세 부담액은 멕시코산 포함 총 9조1천억 원에 이르며, 부품 수입에 대한 관세까지 반영하면 총 부담액은 10조5천억 원에 달할 수 있다. 이는 2024년 기준 현대차·기아의 추정 영업이익(28조 원)의 약 37% 수준에 해당한다.
관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최근 미국은 일본과의 협상에서 자동차 수입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 상호관세 12.5%를 더해 총 15%로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월 발표한 ‘25% 일괄 관세’ 방침에서 일본만 예외를 인정한 셈이다.
송 연구원은 “한국도 일본처럼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율을 12.5% 수준으로 맞출 수 있다면, 현대차·기아의 관세 부담은 완성차 기준 4.6조 원, 부품 포함 5.3조 원으로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부품 관세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부담액은 3조8천억 원으로 절반 이하 수준까지 낮아진다.
관세 부담이 줄어들면 소비자 가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송 연구원은 “관세가 25%일 경우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차량 가격(MSRP)을 9~12% 인상해야 하지만, 관세율이 12.5%로 낮아지면 인상 폭은 4~6%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완성차 업체들은 인센티브 축소 등으로 가격 인상 없이 관세 부담을 일부 전가하는 방안을 활용하고 있지만, 관세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가격 안정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종 관세율이 일본 수준보다 높게 설정될 경우 부담 완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송 연구원은 “자동차 관세율이 기대와 달리 15% 이상으로 결정된다면, 가격 인상폭은 커지고 주가 상승 여력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의 자동차 관세 정책이 오는 대선 전까지 유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한·미 간 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계의 실적과 주가 향방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