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한때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을 상징하리라 기대됐던 두 선수가 스페인에서 재회했다.
마커스 래시퍼드가 바르셀로나 임대 이적을 확정지었다. 24일(한국시간) 바르셀로나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6년 6월 30일까지 래시퍼드를 임대하기로 맨유와 합의했다. 이번 임대 이적에는 선택적인 영입 조항도 포함돼있다”라고 발표했다.
래시퍼드는 “바르셀로나는 꿈이 실현되는 곳이다. 좋은 선수들이 경기를 즐길 수 있고, 나 또한 축구를 사랑한다”라며 “팀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우승컵도 차지하고 싶다. 여기에 온 건 더 나은 선수가 되겠다는 동기부여와 야망 때문”이라는 입단 소감을 밝혔다.
래시퍼드는 한때 맨유의 미래로 불리던 자원이다. 2015-2016시즌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32강 2차전에 데뷔해 멀티골을 넣으며 많은 기대를 받았다. 2019-2020시즌 22골 8도움, 2020-2021시즌 21골 12도움, 2022-2023시즌 30골 9도움 등 기대에 부응하는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2023-2024시즌부터 하락세가 완연했고, 무뎌진 공격력은 물론 불성실한 수비 등으로 맨유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미 맨유와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지난 시즌 후벵 아모림 감독은 공개석상에서 래시퍼드를 비판하며 변화를 촉구했는데, 래시퍼드는 도리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맨유와 아모림 감독을 간접적으로 저격했다. 아모림 감독의 처사가 훌륭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래시퍼드의 행동도 맨유에 납득이 갈 만한 행동은 아니었다.
바르셀로나에 임대된 래시퍼드는 후보 자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공격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범용성과 한때 유럽 빅리그에서 통했던 결정력 등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출전 기회를 부여받을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바르셀로나의 라이벌 레알마드리드에는 래시퍼드처럼 한때 잉글랜드 구단의 미래로 촉망받았다가 지금은 팬들에게 질타를 받는 선수가 있다.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는 2004년 유소년 팀에 입단해 2016-2017시즌 1군에 데뷔했고, 2017-2018시즌 후반기부터 본격적인 주전으로 올라섰다. 팀에 대한 충성심을 여러 차례 밝히고, 스티븐 제라드를 오마주한 세리머니 등으로 리버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레알과 협상을 하며 자유계약으로 리버풀을 떠나려는 계획을 세웠음이 뒤늦게 알려졌다. 심지어 맨유와 중요한 더비에서 태업에 가까운 플레이로 일관하는 등 경기력도 들쑥날쑥했다. 리버풀 팬들은 마지막까지 이적 사실을 숨기고 이미지를 챙기려 했던 아놀드에게 거센 야유를 보냈다.
아놀드는 레알에서도 변함없이 주전으로 뛸 예정이다. 레알은 아놀드를 2025 클럽 월드컵부터 사용하기 위해 리버풀에 1,000만 파운드(약 186억 원)를 지급했다. 아놀드는 공격적으로 좋은 활약을 펼쳐 자신이 장기적인 다니 카르바할의 대체자임을 입증했다.
래시퍼드와 아놀드는 각각 맨유와 리버풀을 대표하는 선수로 노스웨스트 더비에서 자주 맞붙곤 했다. 래시퍼드가 레프트윙, 아놀드가 라이트백으로 경기 중 직접 마주치는 경우도 많았다. 다가오는 시즌에는 사뭇 다른 환경에서 각각 바르셀로나와 레알 일원으로 엘클라시코에서 만날 예정이다.
사진= 바르셀로나 인스타그램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