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고산 지대, 해발 3000m 이상 험준한 바위 절벽과 황량한 고원에는 보기 힘든 야생 고양이가 산다. 안데스산고양이(Leopardus jacobita)는 회색 털에 갈색과 검은 무늬가 섞인 두꺼운 외투와 몸길이만큼 긴 근육질 꼬리를 가진 작은 포식자다. 머리뼈가 크고 날렵하며, 추운 기후와 거친 지형에서 살아남도록 진화했다. 세계적으로 약 2000마리만 남아 있으며,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EN)’로 지정돼 있다.
고산 지대에서 살아남는 법
안데스산고양이는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페루의 고산 지대에 분포한다. 주로 해발 3400m 이상의 바위 절벽, 가파른 골짜기, 평탄한 고원의 암반 지역에서 서식한다.
낮보다 새벽이나 황혼에 활동하며, 먹이의 90% 이상을 퀴비에비스카차라는 설치류에 의존한다. 비스카차 개체가 줄어들면 친칠라나 다른 설치류로 대체하지만, 먹이 자원 변화는 곧 생존 위협으로 이어진다.
남반구의 겨울인 7~8월에 짝짓기하고 봄에 1~2마리 새끼를 낳는다. 체중은 4~5.5kg, 꼬리 길이는 41~48cm로 몸과 맞먹는다. 평균 수명은 16년 정도다.
줄어드는 개체 수와 위협 요인
이들은 15만㎢가 넘는 광활한 고원 지대에 흩어져 있어 실제 목격이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현장 정보는 카메라 트랩 사진이나 배설물 분석으로 얻는다.
위협 요인은 다양하다. 광산 개발, 목축업, 기후 변화, 밀렵과 사냥이 대표적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죽이 행운을 가져온다는 잘못된 믿음이 남아 있어 개체 감소에 영향을 준다. 가축을 지키기 위해 작은 고양잇과 동물을 제거하는 일도 계속되고 있다.
또한 개와 가축에서 전염되는 질병, 개의 공격, 먹이 동물 감소 등도 생존을 위협한다. 이런 환경에서 개체 수 회복은 더뎌졌고, 보존 활동이 지속적으로 필요해졌다.
안데스산고양이를 지키려는 노력
안데스산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는 연구원 및 환경 보호 활동가 네트워크인 안데스산고양이연합(AGA)과 현지 보전 단체들은 사냥 방지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는 경비견을 훈련해 가축을 지키고, 퓨마나 작은 고양잇과 동물이 희생되는 일을 줄인다.
지역 학교 벽화를 통해 서식지 보호 메시지를 전하고, 주민 교육도 병행한다. 유전학 조사로 아종 여부를 확인하고, 보호구역 모니터링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기술적 한계로 소형 고양이 목줄 추적은 쉽지 않지만, 카메라 트랩과 장기 관찰로 행동 패턴과 개체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보전가들은 안데스산고양이를 ‘안데스산맥의 영혼’이라 부른다. 개체 하나의 생존이 곧 산맥 전체의 생태계 보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