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도심 한가운데, 강한 햇빛을 피하려는 운전자들은 썬팅을 필수 옵션처럼 여긴다. 특히 전면 35%, 측면 15% 조합은 마치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프라이버시 보호와 열 차단 효과가 뛰어나다는 이유로 ‘국민 농도’라는 별칭까지 붙었지만, 이 조합이 법적으로 불법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아는 운전자는 많지 않다.
자동차 유리창 썬팅 시공 장면. / 셔터스톡톡
썬팅 농도를 선택할 때 자동차 동호회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다들 이렇게 한다”는 말을 믿게 된다. 썬팅 시공 업체도 시장 수요에 맞춰 이 농도를 적극 권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도로교통법상 엄연히 기준이 정해져 있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와 정기검사 불합격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도로교통법 제49조는 자동차의 앞면창유리와 운전석 좌우 옆면 창유리의 가시광선 투과율은 시행령 이상이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28조에 따르면 가시광선 투과율은전면 유리는 70% 이상, 운전석과 조수석 측면 유리는 40% 이상이어야 한다. 이는 단순 권고가 아닌 법적 의무이며, 전면 35%, 측면 15% 조합은 투과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명백한 위반이다.
짙은 썬팅은 야간 주행시 시야를 방해할 수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권혁재 PD
불법 썬팅이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법을 어긴 데 그치지 않는다. 야간, 터널, 우천처럼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짙은 썬팅은 운전자의 반응 속도를 늦춘다. 정지선에 있는 보행자나 측면에서 접근하는 차량, 도로 표지판 식별이 지연될 수 있다. 이는 곧 사고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경찰 역시 짙은 썬팅이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본다. 차량 내부가 외부에서 전혀 보이지 않으면 불법 개조 차량 은폐, 밀폐 공간 범죄 등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라이버시와 열 차단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안전과 법적 책임보다 앞설 수 없다.
불법 행위에 대한 경찰의 단속 현장.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뉴스1
이처럼 짙은 농도의 썬팅은 모두 법적으로 불법에 해당하지만, 실제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규정 투과율을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관리는 점점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썬팅에 대한 규정을 두가지 법 체계에서 다르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28조는 전면 유리는 70% 이상, 운전석 좌우 측면 유리는 40% 이상 가시광선이 투과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하면 경찰의 필름 제거 명령이나 2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국토교통부 자동차안전기준은 더 엄격하다. 전면과 운전석 좌우 측면 모두 70% 이상의 투과율을 유지해야 하며, 자동차관리법 제29조 제1항에 따라 해당 기준에 부적합한 차량은 운행이 금지된다. 이를 어기고 운행할 경우 자동차관리법 제84조 제3항 제13호에 의해 최대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법마다 기준이 달라 운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실제 현장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아, 불법 틴팅이 사실상 ‘관행’처럼 자리 잡고 있다.
짙은 썬팅은 사고시 전방 주시 의무를 위반했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 셔터스톡톡
실질적인 단속이 없다고 방심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교통사고로 이어졌을 때 짙은 썬팅으로인해 사고 당시 시야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전방주시 태만’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과실 비율이 높아질 수 있으며, 특히 보험사가 가시성 저하를 사고 원인으로 인정하면 보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실제 판례도 있다. 2019년 강원도에서 발생한 야간 교통사고에 대해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짙은 썬팅을 한 피고에게 책임을 물었다. 사고 차량은 전면 유리창의 가시광선 투과율이 27.5%에 불과했고, 법원은 짙은 썬팅으로 가시거리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피고 스스로 초래했다고 질타했다. 이로 인해 돌발상황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썬팅의 농도가 낮았다면 충돌은 피하지 못했더라도 피해자의 사망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피고인은 유가족과 합의했지만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받았다.
자동차에 부착된 썬팅 필름을 제거하는 모습. / 셔터스톡톡
썬팅은 단순히 차량 외관을 꾸미는 요소가 아니다. 시야와 직결된 안전 장치이자 법이 규정한 의무 사항이다. ‘국민 농도’라는 말에 속아 불법 시공을 했다면, 그 대가를 과태료와 사고 위험으로 치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농도는 낮지만 열차단 성능이 뛰어난 썬팅 필름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내 시야, 가족의 안전, 그리고 법적 책임은 운전자 스스로 지켜야 한다. 지금 내 차의 썬팅 농도, 안전한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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