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늘보곰은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곰이다.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인도의 숲속 공동체들은 이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인도의 한 사파리 로지 근처 물웅덩이에서 멀어져 가는 어미 나무늘보곰과 새끼. 호랑이는 건조한 덤불 속에서 곰을 뒤쫓으며 공격 준비를 한다. 이 호랑이에게는 쉬운 먹잇감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곧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어미 나무늘보곰은 도망치는 대신 몸을 돌려 놀란 호랑이에게 달려든다. 호랑이는 일어서 반격하고 둘의 싸움은 무려 45분 동안 이어지며 서로 물고 긁는다.
나무늘보곰은 긴 발톱과 치아를 가진 나무늘보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을 가진 종으로, 인도와 네팔, 스리랑카 등지에 서식한다. 이들은 인도 아대륙에서 가장 공격적인 동물 중 하나로 여겨진다. 위협으로 간주되는 존재가 있으면 – 그것이 호랑이나 사람일지라도 – 폭발적으로 달려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950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대형 육식동물의 인간 공격 사례를 집계한 한 연구에서, 나무늘보곰은 다른 모든 종보다 더 많은 공격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나무늘보곰의 인간 공격은 1337건이었으며 호랑이는 1047건, 늑대는 414건, 북극곰은 겨우 23건이었다. (다만 호랑이나 사자 같은 대형 고양잇과 동물의 공격은 치명률이 더 높다. 호랑이와 사자 공격의 약 65%가 사망에 이르는 반면, 나무늘보곰의 경우 약 8%만이 치명적이다.)
하지만 나무늘보곰도 서식지 파괴와 인간의 보복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 개체 수는 감소 중이며 전 세계 개체 수가 2만 마리 이하로 추정되어 취약종으로 분류된다.
이는 곰 자신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무늘보곰은 과일 씨앗을 퍼뜨리고 흰개미 개체를 조절하는 ‘생태계 엔지니어’ 역할을 하며 숲의 건강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 곰의 위협 반응과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사람과 곰 모두를 안전하게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오해받는 곰?
WCB 리서치 재단의 니시트 다라이야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나무늘보곰이 본질적으로 공격적이거나 살의를 가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인간에게 치명적인 공격은 특히 새끼를 데리고 있는 암컷이 위협을 느꼈을 때 사용하는 방어 전략의 의도치 않은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호랑이든, 사자든, 표범이든, 인간이든 나무늘보곰은 처음에 자신을 더 크게 보이게 하려 합니다. 뒷다리로 일어서서 긴 발톱이 달린 앞발로 공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발톱은 주로 개미를 파기 위해 발달한 것이다.
호랑이와 싸울 때 일어서는 자세는 곰에게 중요한 이점을 준다. 곰과 호랑이 싸움 영상을 분석한 연구에서, 거의 모든 나무늘보곰이 호랑이가 근접하면 일어섰으며, 일어서지 않은 한 마리는 곧바로 죽임을 당했다. 반면 호랑이는 그 어떤 싸움에서도 심각한 부상을 입지 않았다. 이는 호랑이가 곰보다 훨씬 빨라서 달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호랑이처럼 달아날 수 없다. 인간은 훨씬 느리고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곰이 눈에 띄기 전 갑자기 돌진하는 경우가 많다.
곰이 일어서서 사람을 후려칠 경우, 발과 발톱이 사람의 가장 취약한 부위인 얼굴에 닿는다.
“그래서 나무늘보곰의 공격은 치명적이며 곰과 관련해서 가장 공격적인 종으로 알려진 이유입니다. 실제로는 다른 곰보다 더 공격적이지 않지만, 공격 방식이 더 가혹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마을 사람들은 마두카 인디카 나무의 꽃을 채집한다. 그리고 이 꽃으로 마후아라는 전통 와인을 만든다.
다라이야는 “이 나무의 꽃을 아침 일찍 채집해야 하는데, 그 시간은 나무늘보곰도 먹이를 찾는 때”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무늘보곰 역시 이 나무의 꽃을 먹기 때문에 같은 장소를 찾는다. 아침 일찍은 시야가 좋지 않아서 조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구자라트주 중앙 지역의 이러한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한 조사에서,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나무늘보곰이 인간의 생명에 중대한 위험을 끼친다고 답했는데, 곰 보전에 대한 지지도는 낮았다. 다라이야와 동료들은 이러한 인식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그들은 공격 사건을 분석하고 생존자들을 인터뷰하여 원인을 파악한 뒤, 그 통찰을 활용해 지역 주민들이 곰과 마주치는 일을 피하도록 돕는 것이다.
대책으로는 곰 안전 교육을 통해 걷는 동안 소리를 내어 나무늘보곰과의 갑작스러운 조우를 줄이도록 하고, 밭 가장자리나 도로변의 울창한 덤불과 관목을 제거해 곰과 사람이 서로를 더 쉽게 발견하고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포함한다. 또한 사람들이 숲 속으로 혼자 들어갈 필요를 줄이기 위해 정착지 근처에 화장실을 짓는 것도 권장한다.
이와 더불어 연구팀은 종과 무딘 쇠꼬챙이가 달린 특별한 ‘나무늘보곰 퇴치용 지팡이’를 설계했다. 힌디어로 ‘간티 카티’라고 불리는 이 지팡이의 목적은 나무늘보곰을 쫓아내고 충돌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다라이야는 설명한다. 그는 자신과 연구팀이 이 지팡이 500개를 나무늘보곰 서식지 인근의 부족 공동체와 지역 숲을 순찰하는 산림청 직원들에게 배포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이 지팡이를 사용하면 종소리가 나무늘보곰이나 다른 야생동물에게 경고음을 준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나무늘보곰이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라도 무딘 쇠꼬챙이로 위협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곰도 안전하고 사람도 안전하다.”
공식적인 평가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다라이야는 지금까지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며 예비 데이터에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말하길, 이 지팡이는 나무늘보곰뿐만 아니라 멧돼지, 표범 같은 다른 야생동물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지팡이에서 나는 종소리가 그 동물들을 쫓아내기 때문이죠.”
다라이야는 사람들이 나무늘보곰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보다 안전하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되면, 이 곰을 보호할 가치가 있는 동물로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실제로, 나무늘보곰을 조사한 산림 현장 직원들은 일반 마을 주민들보다 이 동물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무늘보곰은 인도 아대륙의 고유종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보전할 책임이 있습니다. 또한 나무늘보곰은 숲의 엔지니어로, 개미와 흰개미 개체 수를 조절하고 씨앗을 퍼뜨리며 토양 비옥도를 높입니다.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동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