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극장가의 판세가 완전히 뒤집혔다. 7월 30일 개봉한 영화 ‘좀비딸’이 개봉 11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연일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월 9일 기준 ‘좀비딸’의 누적 관객 수는 302만 6537명으로,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을 따라잡으며 2025년 흥행 4위에 등극했다.
영화 ‘좀비딸’ 예고편 / 유튜브 ‘잇츠뉴 It’sNEW’
‘좀비딸’의 흥행 속도는 압도적이다. 올해 개봉작 중 300만 돌파 최단 기록을 세웠으며, 종전 기록인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23일)보다 무려 12일 빨랐다.총제작비 5600억 원 규모의 할리우드 대작을 제친 셈이다. ‘야당’(27일), ‘미키 17’(39일), ‘F1 더 무비’(40일)와 비교하면 2~3배 빠른 속도다. 9일 하루 동안 전국 1548개 스크린에서 35만 4325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고, 개봉 이후 단 하루도 1위를 내준 적이 없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이 기세라면 개봉 12일째인 8월 10일 누적 330만 명 돌파도 가능하다고 내다본다. 이는 ‘미션 임파서블8’보다 25일이나 빠른 기록으로, 흥행 신기록의 연속이 예상된다.
영화 ‘좀비딸’ 스틸컷 / (주)NEW
‘좀비딸’은 기존 좀비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묵직한 공포·생존 서사를 과감히 덜어냈다. 대신 ‘가족이라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중심에 두고, 코믹과 휴먼 드라마를 절묘하게 결합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좀비 바이러스 이후, 마지막으로 남은 좀비가 된 딸 수아(최유리 분)와 그녀를 지키기 위해 정부의 추적을 피해 외딴 마을로 숨어든 아버지 정환(조정석 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작품은 원작 웹툰의 인기와 캐릭터성을 충실히 살리면서도, 영화만의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더해 관객층을 넓혔다. 할머니 밤순(이정은 분)까지 가세한 3대 가족 서사는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한다.
영화 ‘좀비딸’ 스틸컷 / (주)NEW
주연 배우 조정석은 맹수 사육사 출신 아버지 역을 맡아, 특유의 생활연기와 감정선을 극대화했다. 시종일관 유쾌함을 유지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강약 조절이 탁월하다. 그는 제작보고회에서 “시나리오를 보고 ‘이건 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필감성 감독 역시 “처음부터 조정석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전했다.
이정은은 특유의 인간미와 생활 연기로 영화의 온도를 높였고, 조여정은 상황에 따라 변주되는 표정과 대사 톤으로 극의 긴장과 완급을 조율했다. 아역 최유리는 매 촬영마다 2시간 이상의 특수분장을 소화하며, 좀비이자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라는 이중적인 캐릭터를 완벽히 구현했다. 감독은 그를 “어른보다 성숙한 태도의 배우”라 극찬했다.
영화 ‘좀비딸’ 스틸컷 / (주)NEW
‘좀비딸’의 흥행은 복합적 요인의 결과다. 우선, 여름방학 시즌에 온 가족이 관람 가능한 ‘좀비+코믹+휴먼’ 장르는 독보적인 틈새를 만들었다. 원작 웹툰 팬층이 탄탄했고, ‘엄마와 아이가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좀비 영화’라는 새로운 콘셉트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여기에 입소문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웃다가 울고, 또 웃는다”는 관객 후기가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반복 관람을 부추겼다. 네이버 기준 실관람객 평점은 8.69점, 네티즌 평점은 8.46점으로, 관객 만족도가 흥행세를 견인하고 있다.
이 밖에도 관객들은 “배우들의 연기력도 너무 훌륭하고 각본도 만족스러웠다”, “눈물 질질 무조건 보세요”, “믿고 보는 조정석의 여름 코미디”, “얼마 만에 흥행 작품인지”, “원작은 이렇게 살리는 겁니다. 배우님들 연기가 너무 찰떡이었지만 특히 이정은 배우님의 경이로운 싱크로율”, “울다가도 웃게 되는 매력이 있음”, “ 밝은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 한방이 있음”, “무겁지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만도 않은”, “ 너무 울어서 머리가 아플 정도”, “여름 극장에서 보기 딱 좋은 재미와 감동”, “눈물 흘리면서 봤네요”, “대체불가 배우들의 열연 덕에 울고 웃고 했네요” 등 반응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좀비딸’이 배우 이정은·조여정의 ‘기생충’ 이후 첫 재회작이라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을 제치고 연간 흥행 4위에 올랐다. 이 상징성은 영화 팬들 사이에서 ‘기생충 배우들의 역습’이라는 화제로 소비되며 추가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영화 ‘좀비딸’ 스틸컷 / (주)NEW
현재 연간 박스오피스 1위인 ‘F1 더 무비’(352만 3115명)와의 격차는 50만 명 남짓이다. 현재 ‘좀비딸’의 일일 관객 동원력을 고려하면, 개봉 3주차 안에 1위 탈환이 유력하다. 특히 방학 극장가의 후반부 수요와, 3주차부터 본격적으로 조연 배우 중심의 화제성이 확대되는 패턴을 감안하면 장기 흥행도 가능하다.
영화 전문가들은 ‘좀비딸’을 두고 “올여름 한국영화의 존재감을 다시 각인시킨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거대 제작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심의 시장에서, 중·대형급 한국영화가 입소문과 기획력으로 승부해 관객을 사로잡은 대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배우 윤경호(왼쪽부터)과 조여정, 이정은, 최유리, 조정석이 지난 6월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좀비딸'(감독 필감성)의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좀비딸’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의 코믹 드라마다 / 뉴스1
1위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41.9%)
2위 ‘좀비딸’ (16.4%)
3위 ‘F1 더 무비’ (10.1%)
4위 ‘악마가 이사왔다’ (9.7%)
5위 ‘식스데이즈’ (4.8%)
6위 ‘발레리나’ (2.4%)
7위 ‘킹 오브 킹스’ (2.0%)
8위 ‘스머프’ (1.2%)
9위 ‘배드 가이즈 2’ (1.0%)
10위 ‘전지적 독자 시점’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