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피해자 우려 적극 고려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율립 기자 = 스토킹 가해자의 살인 등 강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피해자와 가해자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잠정조치 4호'(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가 법원에서 인용되는 비율은 4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경찰이 신청한 잠정조치 4호 632건 가운데 법원에서 인용된 것은 239건(37.8%)에 그쳤다.
지난해(40.9%)와 2023년(50.9%)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경찰이 같은 기간 신청한 전체 잠정조치(1∼4호) 6천160건 중 인용된 것은 5천14건(81.4%)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는 83.8%, 2023년에는 84.7%였다.
스토킹 처벌법상 잠정조치에는 서면경고(1호), 100m 이내 접근금지(2호), 통신 접근금지(3호),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3호의 2), 구금(4호) 등이 있다.
이 중 4호는 가해자를 최대 한 달간 유치해 피해자와 분리하는 것으로 가장 강도가 세다.
최근 피해자가 스토킹 신고를 했는데도 스토킹 가해자에게 살해당하는 등 강력 범죄 사건이 잇따르면서 일각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할 수 있는 잠정조치의 적극적인 인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찰은 스토킹·가정폭력 등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임시·잠정조치와 관련해 검찰을 거치지 않고 바로 법원에 청구토록 하는 관련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법원이 피해자와 현장 경찰의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 적극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물리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법원과 검찰은 피해자와 실무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위험성과 시급성 등을 적극적인 판단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신 구금에 법원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정폭력과 달리 스토킹은 재발 위험성 등에 대한 평가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법원에서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스토킹의 기간과 형태 등을 두고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개발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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