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그룹 오너가 형제·남매간 경영권 분쟁 후유증
‘오너 리스크’ 제어할 장치 미비…취약한 기업 지배구조도 노출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강애란 기자 = 콜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그룹 전체를 흔들고 있다.
윤 회장 일가의 분쟁은 국내 대다수 대기업그룹 창업주 일가가 경영권이나 재산을 놓고 벌인 ‘형제 또는 남매의 난’과 다르지 않다.
경영권 분쟁에 따른 주가불안과 기업 분열, 이미지 추락은 주주와 임직원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창업주 일가 분쟁 잦아…휘청거린 기업들
이번 사태는 국내 대기업그룹 오너 일가에서 끊임없이 벌어진 경영권이나 재산을 둘러싼 집안싸움과 닮은 꼴이다. 경영권 분쟁은 재산싸움과 달리 기업에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기거나 상당 기간 지속해 여러 문제를 낳는다.
지난 2000년 ‘왕자의 난’으로 유명한 범현대가(家) 2세들 간 경영권 분쟁은 그룹이 분리되면서 끝났다. 두산그룹도 고 박두병 전 회장의 2세들이 회장직을 둘러싼 경영권 다툼으로 아픔을 겪었다.
지난 2009년 ‘형제의 난’을 겪은 범금호가도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쪼개졌다. 결국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매각하면서, 위상이 쪼그라들었다.
지난 2015년 롯데가 2세 형제간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갈등 역시 한때 그룹을 위기로 몰고 갔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해 그룹이 안정을 찾았지만, 한때 롯데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 날아가기도 했다.
한진가의 남매 분쟁도 큰 상처를 남겼다.
지난 2019년 조현아 전 부사장이 조원태 회장을 비판하며 분쟁이 알려졌고, 어머니와 동생 등 총수 일가가 다툼에 가세해 드라마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봉합은 했으나 그동안 주가의 변동성이 커지고 신인도가 하락하는 등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렇게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은 누가 이기더라도 유무형의 기업 경쟁력을 그만큼 저하하는 결과로 귀결됐다.
이번 한국콜마의 사태를 주주들이나 산업·재계에서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나 문제는 기업 실적에도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만하게 해결해 법적 분쟁까지 가지 않고 조율해야 한다”며 “누군가가 중재하고,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 ‘가족 경영’ 못 벗어난 취약한 지배구조 노출
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단순히 가족 갈등을 넘어 취약한 한국형 기업 지배구조의 한 단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과 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 나온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이번 콜마사태 역시 기업 승계 과정의 불투명성, 책임과 권한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지배구조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
지난 2019년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면서 독립 기구에서 엄정한 검증 절차가 이뤄졌는지 미지수다.
독립성과 감시 기능이 떨어지는 이사회도 기업 경쟁력을 지키기보다 오너 일가와의 친소 관계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장사들도 오너 일가에서 갈등이 벌어지면 제도적으로 이를 제어할 장치가 미비한 셈이다. 그만큼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도 커진다.
또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자회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게 돼 있지만 실질적인 개입이 가능해 가족이 나눠먹기식으로 경영하고 있을 경우 비슷한 사태가 어디서든 터질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족이 지분을 보유하되 전문 최고경영자(CEO)에게 경영을 맡기고,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려면 이사회의 엄정한 평가를 거쳐야 하는 해외 사례가 본보기로 거론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은 “미국에선 소유와 경영 분리를 좀 더 명확하게 해왔으나 우리나라는 오너 중심으로 운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소비자들이 떠나고, 고객들이 떠나고, 내부에 있는 직원이라든지 협력업체 모두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기업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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