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유민 기자) 야심 차게 영입한 선발 자원인데 맘 놓고 볼 수가 없다. 한화 이글스 엄상백이 한 달 만에 다시 주어진 선발 등판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엄상백은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1이닝 5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1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졌다.
시작부터 꼬였다. LG 리드오프 신민재와 14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를 펼친 끝에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이후 문성주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안정감을 찾는 듯 보였으나, 후속타자 오스틴 딘에게 비거리 139.2m 대형 선제 투런포를 내줬다.
이어진 타석 문보경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김현수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지만, 오지환의 타석에서 도루와 적시타를 허용하며 실점을 추가했다. 엄상백은 박동원에게 한 차례 볼넷을 더 내준 뒤 구본혁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길었던 1회를 마쳤다.
2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엄상백은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안타, 신민재에게 볼넷을 내주며 다시 흔들렸다. 그리고 문성주에게 우중간 2타점 적시 2루타를 맞고 완전히 무너졌다. 결국 엄상백은 2회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공을 이어받은 조동욱이 문보경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엄상백의 자책점이 추가됐다.
초반 분위기를 내준 한화는 3회말 오스틴에게 희생 타점을 내준 뒤 사실상 전의를 잃었다. 0-7로 뒤진 5회초 어렵게 만든 득점권 찬스에서 대타 이도윤의 적시타로 한 점을 추격했지만, 5회말 문성주의 희생타로 LG가 점수 차를 다시 벌렸다.
LG 선발투수로 나선 요니 치리노스는 남은 6회와 7회를 실점 없이 틀어막고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달성했다. 한화 타선은 8회 이지강, 9회 박명근을 상대로도 공략에 실패하며 무기력한 패배를 떠안았다.
올해 ‘윈나우’를 선언한 한화는 엄상백과 4년 78억원 규모 대형 FA 계약을 체결하며 선발진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엄상백은 전반기 15번의 선발 등판에서 1승6패 평균자책점 6.33(64이닝 45자책점) 성적을 올리며 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후반기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3번의 구원 등판에서도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11.81(5⅓이닝 7실점)을 기록하는 데 그쳐 불펜으로서의 쓰임새도 입증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날 ‘시즌 최악투’를 선보였다. 엄상백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7.42까지 폭등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이날 당초 ‘깜짝 선발’을 예고했다가 다시 엄상백으로 노선을 바꿨다.
대체 선발이 조기 강판당해 불펜에 부담을 주는 것보다 엄상백이 최소한의 이닝이터 역할을 해주는 게 더 나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김 감독은 내심 “(엄상백이) 오늘 오래 던져주면 좋겠다. 5이닝은 자기가 맡아서 던져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그런데 사령탑이 예상치도 못한 일이 벌어지면서 가장 염려하던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고야 말았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한화 이글스
김유민 기자 k4894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