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시신으로 발견된 정치인 부부…히가시노 게이고 ‘가공범’

[신간] 시신으로 발견된 정치인 부부…히가시노 게이고 ‘가공범’

손보미 미스터리 SF ‘세이프 시티’…코미디언 원소윤 ‘꽤 낙천적인 아이’

‘가공범’ 표지 이미지

[북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가공범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유명 정치인 도도와 전직 배우 에리코 부부의 집이 불타고 두 사람은 시신으로 발견된다. 부검 결과 두 사람은 방화로 질식사한 것이 아니라 교살당한 것으로 밝혀지고, 이에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려 집중 수사에 나선다.

좀처럼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지 않던 중 죽은 도도 의원 사무소에 편지가 배달된다. 편지 발신자는 도도 부부가 용서받지 못할 행위를 저질러 살해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3억엔을 보내지 않으면 도도 부부의 비인도적 행위를 증명할 자료를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한다.

일본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장편이다. 특유의 교묘한 복선과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 예측하기 어려운 결말까지 정통 추리물의 특징을 버무려 긴 분량임에도 속도감 있게 읽힌다.

작가의 2021년작 ‘백조와 박쥐’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형사 고다이 쓰토무가 이번 작품에서도 사건을 파헤친다. 고다이는 예리한 관찰력이나 천재적 추리력을 가진 인물은 아니지만, 성실함을 무기로 끈질기게 진실을 추적한다.

2023∼2024년 일본의 월간 문예지에 연재된 이 소설은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고, 올해 일본미스터리문학 대상을 받았다.

북다. 528쪽.

‘세이프 시티’ 표지 이미지

[창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세이프 시티 = 손보미 지음.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받은 손보미의 신작 장편으로, 가까운 미래 양극화된 가상의 도시 이야기다.

정부는 도시를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정비하겠다며 일부 지역에만 개발을 집중했고, 그 결과 깨끗하고 안전한 신시가지와 위험이 도사리는 구시가지가 명확히 구분된다. 이 때문에 지역별로 위험도를 알려주는 유료 지도 애플리케이션 ‘세이프 시티’가 등장한다.

수사 과정의 실수 때문에 휴직한 경찰 ‘그녀’는 우범 지역을 지나치던 중 폐건물에서 화장실을 마구잡이로 부수는 남성을 발견해 검거한다.

정부는 마침 개발 중이던 기억을 선택적으로 없애는 기술 ‘기억 교정’을 이 남성에게 시범적으로 실시해 재범을 막으려 한다. 이 기술을 개발한 임윤성은 ‘그녀’에게 “공청회에서 기술을 지지한다고 증언하라”고 압박한다.

책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독자의 궁금증을 끌어내는 미스터리 SF(과학소설)이면서 동시에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 약자를 향한 혐오, 무분별한 기술 개발 등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투영한다.

소설 속 사회의 암울한 모습은 여러 기준에 따라 계급을 나누고 타인보다 높은 곳에 서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인간의 어두운 마음을 조명한다.

손보미는 ‘작가 노트’에 “구분 짓고 싶어하는 마음, 우위에 서고 싶은 마음이 나 자신에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며 “‘세이프 시티’는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그런 참혹한 인정 속에서 쓴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창비. 248쪽.

‘꽤 낙천적인 아이’ 표지 이미지

[민음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꽤 낙천적인 아이 = 원소윤 지음.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이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 집필한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어린 시절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명랑하고 따뜻한 문체로 풀어냈다.

주인공 마리아와 그의 가족은 작중에서 모두 세례명으로 불린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며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한 작가의 개성이 묻어난다.

외할아버지 치릴로는 체격이 건장하고 기운이 넘쳤으나 89세 나이에 자다가 세상을 떠난다. 슬픔에 빠진 마리아는 만약 내세가 없다면 외할아버지와 재회할 수 없다는 생각에 아무 의심 없이 믿어왔던 종교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마리아가 태어나기 몇 년 전 세 살짜리 첫째 아이를 교통사고로 잃었던 어머니와 아버지 이야기, 대학생 시절 음악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만나 처음 사귄 애인 이야기 등 여러 서사가 다소 두서없이 펼쳐진다.

여성학자이자 문학박사인 정희진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근래 읽은 소설 중 가장 술술 읽히고 가장 재미있다”며 “책장을 덮은 후에도 작중 인물의 목소리가 계속 들린다”고 했다.

민음사. 272쪽.

jaeh@yna.co.kr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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