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33)이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로스앤젤레스FC(LAFC)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LAFC는 7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손흥민의 영입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 6시 LA 다운타운의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구단 유튜브와 웹사이트를 통해 생중계됐다. 손흥민은 LAFC의 상징색인 검은색 유니폼을 처음으로 입고 등장했으며, 등번호는 토트넘 시절과 같은 7번을 배정받았다.
손흥민은 “꿈이 현실이 됐다. 처음엔 이곳이 제 선택지는 아니었지만 시즌 종료 후 존 소링턴 단장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이 바뀌었다”며 “이곳에 온 목적은 단 하나, ‘우승’이다. 흥미로운 축구를 보여드리겠다. 팬들이 보여준 열정적인 응원에 감동했고, 곧 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LAFC는 손흥민을 위한 대규모 환영 행사를 열었다. 이날 현장에는 캐런 배스 LA 시장, 데이브 민 연방 하원의원, 헤더 헛 LA 시의회 의원, 김영환 주 LA대한민국 총영사, 로버트 안 LA 한인회 회장 등 수많은 고위급 인사들이 자리해 손흥민의 입성을 축하했다.
배스 LA 시장은 한국어로 “손흥민 선수, LA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고 입을 뗐다. 이어 “단순한 선수 영입이 아니라 우리 도시의 역사에 남을 순간이다. 손흥민의 합류는 LA 한인 커뮤니티에도 큰 의미가 있다”며 “LA는 전 세계에서 서울 다음으로 가장 큰 한인 커뮤니티를 자랑하는 도시다. 이제 손흥민 선수는 공식적인 ‘앤절리노(Angelino)’다”라고 환영 인사를 건넸다. 코리아타운을 관할하는 헤더 헛 시의원은 “코리아타운은 미국 내 가장 많은 한국인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LAFC는 정말 영리한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베넷 로젠탈 LAFC 리드 매니징 오너는 “손흥민은 실력뿐 아니라 겸손함과 리더십을 겸비한 선수다. 카를로스 벨라, 조르지오 키엘리니, 가레스 베일, 위고 요리스, 올리비에 지루와 함께 클럽을 대표할 인물이다. 이번 계약은 LAFC와 도시 전체를 위한 상징적인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LAFC 단장이자 공동 대표인 존 소링턴은 “이번 계약은 약 9년에 걸친 준비의 결실이다. 처음 손흥민을 직접 본 건 2016년 11월이었고, 그때부터 영입을 꿈꿨다”며 “손흥민은 세계적인 스타지만 동시에 겸손하고 팀 중심적인 인물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손흥민 역시 LAFC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김문환, 가레스 베일, 위고 요리스 등이 LAFC에서 뛴 걸 보며 관심을 가져왔다. LA에 한인 커뮤니티가 많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며 “외국에서 뛰는 만큼, 한인분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한인 팬들과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손흥민은 “2018년에 이미 좋은 인연이 있었고, 이번에 다시 와서 느꼈다. 팬들이 열광적으로 응원해 주셨고, 저는 그 기대에 보답하겠다. 경기력은 기복이 있을 수 있지만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었다.
출전 시점에 관해서는 “프리시즌을 잘 소화해 몸 상태는 좋다. 출전은 행정 절차와 감독님과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최대한 빨리 뛰고 싶다. 저는 이곳에 축구하러 온 사람”이라고 밝혔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화려한 기록을 써내려왔다. 2020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을 수상했고, 2021-2022시즌에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공동 득점왕(23골)에 올랐다. EPL 이달의 선수상 4회, 시즌 올해의 골,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선정 올해의 팀 등 개인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특히 지난 시즌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을 이끌며 팀의 17년 무관을 끝냈고, 구단 사상 첫 아시아 출신 주장을 맡아 상징성을 더했다.
개인 첫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린 손흥민은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했다고 전했다. 그는 “유로파리그 우승 후 이룰 수 있는 건 다 이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환경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이적 배경을 전한 바 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역시 “토트넘에서 모든 걸 쏟아부은 느낌이었다. 이제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고, LAFC가 그 무대다. 아직 좋은 몸 상태고, 후배들에게도 조언하며 함께 트로피를 노리겠다”며 “유럽에서 잘했다고 여기서도 잘하리란 보장은 없다. 그래서 마음가짐은 ‘0에서 시작’이다. 언젠가 이 팀을 떠날 때 ‘레전드’로 기억되고 싶다. 받은 것을 돌려드리는 것이 제 방식”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토트넘 전 동료이자 주장이었던 위고 요리스의 존재가 결정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는 “요리스는 내 주장이고, 인간적으로도 훌륭한 사람이다. LA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고, 결정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