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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자사 칩에 ‘킬 스위치(Kill Switch)’와 ‘백도어(Backdoor)’ 기능이 존재한다는 중국 당국의 의혹 제기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데이비드 리버 엔비디아 최고보안책임자(CSO)는 5일(현지시간) 블로그를 통해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에는 킬 스위치나 백도어가 존재하지 않으며,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러한 기능은 사이버보안의 근본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리버 CSO는 “백도어는 해커는 물론 정부기관까지 악용할 수 있는 심각한 보안 취약점”이라며 “킬 스위치를 칩에 하드웨어적으로 내장하는 것은 사용자가 제어할 수 없는 영구적인 결함을 만드는 것이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초대장’과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마치 자동차 딜러가 주차 브레이크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차량을 파는 것”이라며 “만약 킬스위치나 백도어가 엔비디아 GPU와 같은 제품에 탑재된다면 이는 오히려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CAC)이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전용 AI 칩 ‘H20’에서 보안 취약점이 발견됐다며 관련 문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데 대한 대응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해당 칩에 ‘백도어’가 존재할 가능성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제기한 의혹은 기술을 둘러싼 미중 갈등 속에서 엔비디아가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은 2022년부터 중국에 수출되는 AI칩을 규제해 왔으며 최근 미국 의회와 백악관은 AI 칩 수출 통제 장치로 위치 추적 기능 탑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 역시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해 데이터센터를 새로 짓거나 확장할 때 높은 에너지 효율 기준을 충족하는 반도체를 써야 한다는 규제를 도입했으며 이를 근거로 자국 테크 기업들에 ‘H20 구매를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 칩을 활용한 중국의 ‘AI굴기’를 경계하는 미국 정부를 향해 엔비디아는 “중국 개발자들 사이에서라도 엔비디아 칩이 AI 컴퓨터의 글로벌 표준이 되는 것이 미국에 더 이익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때 수출이 금지됐던 중국 수출 전용 H20 칩은 다시 수출 허가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