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된 덴마크 동물원 측이 게시한 유럽스라소니(European Lynx)의 사진. 출처=올보르동물원 페이스북 캡처
“당신의 말을 사료로 기부하시겠습니까?”
덴마크의 한 동물원이 반려동물을 포식 동물의 먹이로 기부받겠다는 정책을 내세워 논란이 되고 있다. 동물원 측은 살아있는 상태로 접수된 동물을 안락사한 뒤 사료로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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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니피그부터 말까지…“살아있는 동물, 사료로 기부받겠다”
논란이 된 덴마크 동물원 SNS 계정의 게시물. 닭, 토끼, 기니피그 등을 먹이로 기부할 것을 부탁하며 ‘자연스러운 먹이 사슬’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올보르동물원 페이스북 캡처
지난달 31일 덴마크 올보르의 한 동물원은 공식 SNS에 ‘반려동물을 사료로 기부해 달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기부 대상은 닭, 토끼, 기니피그 등 소형 동물뿐만 아니라 말까지 포함된다.
동물원은 홈페이지에는 “당신의 말을 사료로 기부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와 함께 기부 조건을 안내했다. 기부 대상은 키 1.48m 이하의 말로, 최근 30일 이내 질병 치료 이력이 없어야 하며 등록증 등 서류도 필요하다. 말의 가격만큼 세금 공제도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동물원 측은 “기부받은 동물은 인도적으로 안락사한 뒤 스라소니, 사자, 호랑이 등 포식 동물의 먹이로 활용된다”며 “이는 자연의 먹이사슬을 재현하고 포식 동물의 본능적 행동 유지와 복지 향상에도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아무것도 낭비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동물원 측은 과학 잡지 ‘파퓰러 사이언스(Popular Science)’와의 인터뷰에서 “수년 전부터 작은 가축을 포식 동물의 먹이로 활용해 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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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경험” vs “병적인 발상”…갈린 반응
동물원의 공식 홈페이지. 중간에는 “당신의 말을 사료로 기부하시겠습니까?”라고 적혀있다. 이들은 기부받은 말을 안락사 시켜 포식 동물의 먹이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올보르동물원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 정책이 알려지자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일부 누리꾼은 “동물 보호 기관이 오히려 동물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병적인 발상이다. 덴마크에서 벌어지는 동물에 대한 무감각한 취급은 끔찍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찬성 여론도 존재한다. 실제로 말을 기증한 한 시민은 “동물원 측은 매우 친절하고 전문적이었다”며 “말과 나 모두에게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 동물 학대 논란 잇따른 덴마크 동물원
덴마크 동물원들은 과거에도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14년 코펜하겐의 한 동물원은 건강한 기린 ‘마리우스’를 개체 수 제한과 근친 교배 가능성을 이유로 사살해 세계적인 공분을 샀다. 같은 해 3월에는 어린 수컷 사자를 들이기 위해 기존 사자 4마리를 안락사시키기도 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