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이재명 정부의 첫 인선을 보면서 처음에 가진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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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78) 작가는 최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특히 최근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다 보좌관 갑질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강선우 의원의 사례를 언급하며 “인사 문제에서 큰 패착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15·16대 국회의원 경험에서 우러나온 비판이었다. 김 작가는 “국회의원 시절 수행 비서를 제외하고 단 한 명의 보좌관도 내 사람을 쓰지 않았다”면서 “막내 보좌관에게는 지금도 반말을 하지 않는다. 정치인이 특권의식을 가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당에 대해서는 야당을 지나치게 적으로 몰지 말라고 조언했다. 김 작가는 “지난 대선 투표율을 보면 여당의 투표율이 50%에 못 미쳤다”며 “여당을 지지하지 않은 나머지 국민들도 의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은 잘난 척만 하는 정치인은 거리를 두고 싶어 한다”면서 “정치가 지금보다 더 푸근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연말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선 “만약 비상계엄이 성공했다면 대한민국에 이런 망신이 없었을 것”이라며 매섭게 비판했다. 김 작가 스스로 이번 계엄의 피해자가 됐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비상계엄 이후 자신을 사칭한 자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글을 올려 곤혹을 치렀다. 당시 김 작가는 법륜 스님과 함께 봉사 활동을 하러 필리핀에 있을 때였다. 김 작가는 “과거에도 나를 사칭한 정치 관련 글이 여러 차례 돌아다닌 적이 있는데 이번엔 정말 심각하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김 작가가 비상계엄을 “대한민국의 망신”이라고 비판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전두환 정권 당시 비상계엄을 직접 겪으면서 작가로서 힘겹게 집필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가 1981년부터 연재해 총 10권으로 완결한 대표작 ‘인간시장’은 당시 정권으로부터 “국가 원수를 비방하고 군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았다. 국군보안사령부(현 국군기무사령부)로부터 책을 압수당하고 수사받았다. 김 작가는 “‘인간시장’의 5~6권까지는 검열관과 싸우면서 썼다”며, 엄혹했던 시절을 돌아봤다. 그는 “이번 비상계엄은 계엄을 선포할 정도의 큰 사건도 없었고, 국회 봉쇄와 국무회의를 거치지 않아 적법절차도 위반했다”며 개탄했다.
김 작가는 새 정부가 시작부터 인사 문제로 우려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정부가 되기를 바랐다. 그는 “대한민국은 그 동안 행복한 대통령이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이제 대통령이 ‘필주’(筆誅, 남의 허물이나 죄를 글로 써서 꾸짖음)를 당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제 우리 국민도 행복한 대통령을 한 명쯤은 가질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