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자초한 황당한 부상 사태로 충격에 빠졌다. 팀의 간판 투수 안우진이 사회복무요원 신분으로 복귀를 준비하던 중 벌칙성 훈련 도중 오른쪽 어깨를 다쳐 사실상 시즌 아웃이 불가피해졌다. 팀 에이스의 예기치 못한 부상은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안우진은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 중이며, 9월 17일 소집해제를 앞두고 있었다. 그는 올 시즌 막판 1군 복귀를 목표로 훈련을 이어갔다. 2일 경기도 고양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열린 키움 2군 자체 청백전에 등판해 1이닝 동안 최고 157km/h의 강속구를 뿌리며 탈삼진 2개, 무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외에도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점검하며 복귀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그러나 청백전 종료 직후 사고가 발생했다. 패한 팀을 대상으로 벌칙성 펑고 훈련이 진행됐고, 안우진도 참여하게 됐다. 그는 재활 중이라는 이유로 훈련 제외를 요청했다. 하지만 패배 팀 전체가 참여하는 분위기 속에서 코치의 권유로 훈련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넘어지며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 펑고 훈련은 일반적으로 내야수들이 수비 능력 향상을 위해 받는 훈련으로, 투수의 참여는 이례적이다.
키움은 5일 “2일부터 5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안우진의 상태를 정밀 검진했고, 그 결과 오른쪽 견봉-쇄골 관절 인대 손상이 확인돼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수술 후에는 약 1년간의 재활이 불가피하며, 이르면 내년 시즌 전반기 후반쯤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술 병원은 국내와 함께 과거 팔꿈치 수술을 받은 미국 켈란-조브 클리닉까지 폭넓게 검토 중이다.
더 큰 문제는 안우진의 현재 신분이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그는 키움 구단 소속 정식 등록 선수가 아닌 ‘민간인’ 신분에 가깝다. 구단이 무리하게 벌칙 훈련에 투입한 정황이 사실로 확인되면 관리 책임 논란에서 피하기 어려웠다. 내부 규정이나 보험 적용, 부상자 명단 등에서도 복잡한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향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준비 중인 안우진에게도 치명적이다. 장기 부상으로 인해 1군 등록 일수 부족 등 포스팅 및 자유계약(FA) 선수 자격 요건 등 문제가 생긴다면, 구단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도 불가피해질 수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키움은 “선수단 안전 관리에 소홀함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훈련 당시 강압적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코치의 권유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부상 이후 해당 코치는 책임을 통감하며 자진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키움은 안우진이 소집해제 후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성실히 관리해 온 점을 강조하며, 복귀와 재활을 위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키움은 최근 송성문과의 6년 120억 원 규모 비FA 장기 계약으로 오랜만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안우진의 부상 소식으로 하루 만에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팬들과 타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부상은 대표팀에도 악재다. 안우진은 2026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이 유력한 선발 자원 중 하나였다. 그는 2022시즌 30경기에서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 탈삼진 224개를 기록했고, 2023시즌에도 9승 7패 평균자책 2.39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이번 어깨 부상으로 국제무대 출전마저 사실상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