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시온 기자 | 강원 고랭지 채소밭이 이례적인 가뭄과 폭염에 직격탄을 맞았다. 감자 생산량은 전년 대비 8.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고, 배추는 폭염에 따른 품위 저하로 출하가 앞당겨지면서 시장 공급에 공백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발표한 ‘8월 감자 관측’에 따르면, 올해 고랭지감자 예상 생산량은 11만5802t(톤)으로 전년 12만6702t보다 8.6%, 평년 12만3441t 대비 6.2%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농경연은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6.8% 줄어든 데다 생육기 기상악화로 작황까지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10a당 생산량을 뜻하는 예상 단수는 3164㎏으로, 전년 대비 1.7%, 평년 대비 4.2% 감소했다.
이러한 생산량 저하는 가뭄으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강원지역의 6월 한 달간 일조시간은 양호했으나 강수량이 크게 부족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릉시, 정선군, 평창군 대관령면의 누적 강수량은 각각 18.6㎜, 129.5㎜, 74.2㎜로 평년 124.0㎜, 141.0㎜, 131.5㎜ 대비 현저히 적었다. 7월 들어 일부 지역에 비가 내리긴 했으나 이어진 폭염이 생육에 악영향을 끼쳤다.
농경연 관계자는 “7월 중순 강수로 일부 가뭄은 해소됐지만, 폭염이 지속될 경우 감자 생육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달 가락시장 감자 시세는 20㎏ 상품 한 상자당 3만3000원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년·평년 대비 각각 16.1%, 7.1%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4일 가락시장에선 한 상자당 3만7987원에 거래됐다. 이는 전년 8월 평균 2만8432원 대비 33.6%, 평년 평균 3만809원보다 23.3%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특히 강원 평창과 강릉의 고랭지 배추밭에서도 이상고온이 이어지면서 배추의 품질이 떨어지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배추 내부에 물이 차는 ‘꿀통’ 현상과 잎끝마름이 관측됐다.
이로 인해 대관령 지역에선 배추밭의 70~80%가 꿀통·잎끝마름 피해가 생기면서 농민들은 조기출하에 나섰다.
가락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배추 3포기가 들어있는 10㎏ 한 망의 평균 거래가격은 1만8602원으로 전년 동월 1만485원보다 77.4%, 평년 9668원 대비 92.4%나 뛰었다.
정부는 공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비축 배추를 조기 방출을 결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월30일부터 하루 140t 규모의 봄배추 비축물량을 가락시장에 공급 중이며, 전체 가용물량은 3만5500t에 이른다.
시장 관계자들은 비축물량의 품질과 기상 여건이 8월 시세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 가격대는 10㎏ 한 망당 1만5000~1만8000원 선이다.
한편, 고랭지 채소 중 무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상고온으로 인해 생육이 멈추거나 윗부분이 갈라지는 피해 우려에 따라 출하 기간이 평소보다 짧아지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