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언어·문화 장벽과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인해 여전히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들의 실태를 조명하고 제도적 개선 방향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감과 연대의 마음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이 지난해 9월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이주배경아동 체류권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국가인권위원회 박혜경 조사관) ⓒ초록우산
학교 운동장에서 함께 뛰놀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같은 반에서 공부하고, 같은 급식실에서 밥을 먹던 아이가 더 이상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의 마음은 어떨까. 그 이유가 단지 ‘체류자격이 없어서’라면 말이다.
우리가 ‘미등록 이주아동’이라 부르는 아이들이 있다. 국적은 한국이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 태어났거나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자라온 아이들이다. 이들은 여느 아이들처럼 아침에 학교에 가고, 친구와 다투고, 시험을 걱정하고, 몸이 아프면 부모에게 매달린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미등록 이주아동들의 일상은 언제나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부모가 단속될지 모른다는 걱정, 병원에 가도 되는지 망설여야 하는 현실, 졸업 이후에도 이곳에 계속 머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늘 마음 한편에 두고 살아간다.
이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체류자격’이다. 아플 때 병원에 갈 수 있는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보호자가 함께할 수 있는지, 오늘 밤에도 가족이 함께 잠자리에 들 수 있는지. 이 아이들에게 있어 체류자격은 이처럼 삶의 아주 구체적인 영역까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2020년,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체류자격을 부여할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 아동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가장 이로운 선택이 무엇인지, 즉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인권위 권고에 따라 법무부는 2021년부터 미등록 이주아동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를 시행해 왔다. 이 제도를 통해 일부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병원 진료를 받으며, 이전보다 조금은 안심하고 지낼 수 있게 됐다. 분명 의미 있는 변화이지만, 제도에 종료 시점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한계점이다. 몇 년마다 아이와 부모는 다시 “이번에는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보호를 위해 마련된 제도가 아이에게는 또 다른 기다림이 되는 셈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또 있다. 아이의 체류자격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미등록 체류 범칙금 부과가 수반된다는 점이다. 이미 감면이 적용된 금액이라지만 부모 1인당 약 900만원의 범칙금 금액은 부담이 크다. 미등록 이주아동 가정이 대체로 부모 모두 미등록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아이의 체류 지위 확보를 위해서 약 1,800만원의 범칙금 부담을 생각해야 한다는 셈이 된다. 추가 감면이 가능은 하지만 그 기준이 명확하게 공개되어 있지 않아, 실제로는 빚을 내어 납부하거나 비용 부담으로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가정도 적지 않다. 아이의 체류권이 부모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좌우되는 구조가 과연 아이를 중심에 둔 제도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2025년 미등록 이주아동의 체류 보장을 위한 권고를 통해, 해당 제도가 한시적 조치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지속될 필요가 있으며, 제도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개선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또한, 청주지방법원은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장기간 거주하며 초·중·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하는 등 사실상 한국을 삶의 터전으로 형성한 미등록 이주아동을, 체류자격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강제퇴거하는 것은 국가가 지켜야 할 인간의 존엄과 기본적인 삶의 권리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바 있다(청주지방법원 선고 2017구합2276). 이에 더해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2025년 5월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장기 거주 기준을 충족하거나 현재 공교육을 이수 중인 이주아동에게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제도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실제로는 소수의 아동만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았고 해당 조치가 임시적인 성격에 그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은 아이들에게는 미등록 이주라는 상황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체류자격의 의미를 이해하거나 선택할 수 없는 나이에 한국에 왔거나, 아예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다. 이러한 아이들을 품어주고 안심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더 이상 미등록 이주아동의 체류 문제는 한시적 조치로 관리할 사안이 아니다. 인권위의 권고와 법원의 판단, 국제사회의 지적이 공통으로 말하고 있듯, 지금의 제도는 아이들의 삶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다시 한 번의 유예가 아니라,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선택이다. 우리 곁의 아이들이 자신의 가정 환경, 부모의 출신 국가와 무관하게 항상 웃을 수 있도록, 함께 뛰놀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진지한 관심을 갖고 이들을 위한 안전망 마련에 힘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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