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황폐해진 미얀마, ‘가짜 선거’ 비판 속 총선 투표 진행

전쟁으로 황폐해진 미얀마, ‘가짜 선거’ 비판 속 총선 투표 진행

EPA
미얀마 군부가 앞으로 한 달 동안 단계적으로 선거를 실시한다

미얀마가 총선에 돌입했다. 이번 선거는 주요 정당이 해산되고 많은 지도자들이 수감된 가운데 치러지며, 계속되는 내전으로 인해 국민의 절반가량은 투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선거는 널리 ‘가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군사정부는 쿠데타로 집권한 지 거의 5년 만에 단계적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쿠데타는 광범위한 반발을 촉발했고, 이후 내전으로 번졌다.

관측통들은 중국의 지원을 받는 군정이 이번 선거를 통해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권력을 공고히 하려 한다고 본다.

새로 제정된 법 아래에서 선거를 방해하거나 반대했다는 이유로 200명 이상이 기소됐다. 이 법에는 사형을 포함한 중형이 규정돼 있다.

영화감독 마이크 티, 배우 쿄 윈 툿, 코미디언 온 다잉 등도 이 법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은 유명 인사들이다. 이 법은 7월에 제정됐으며, 세 사람은 선거 홍보 영화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각각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고 국영 매체들이 전했다.

“표현, 결사의 자유, 그리고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를 행사할 조건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무장 반군 단체들이 투표 보이콧을 요구하며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민간인들이 “여러 세력에 의해 강요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은 쿠데타에 반대하는 무장 저항 세력뿐 아니라, 독자적인 민병대를 거느린 소수민족 무장세력과도 여러 전선에서 싸워왔다. 군은 최근 잇따른 패배로 국토의 상당 부분을 내줬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 아래 이어진 공습으로 올해 들어 일부 지역을 다시 되찾았다.

내전으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만 명이 터전을 떠났다. 경제는 붕괴됐고, 인도적 지원의 공백이 커졌다. 3월에 발생한 대지진과 국제 지원 축소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BBC

이러한 상황에 더해 여전히 나라의 넓은 지역이 반군의 통제 아래 있다는 사실은 선거를 치르는 데 큰 행정적 부담이 되고 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투표는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며, 330개 타운십(행정구역) 가운데 274곳에서 치러진다. 나머지 지역은 치안이 불안정하다고 판단됐다. 결과는 1월 말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토의 절반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아예 투표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투표가 실시되는 행정구역에서도 모든 선거구가 투표를 하는 것은 아니어서, 유권자 참여율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군부의 지원을 받는 연합단결발전당을 포함해 여섯 개 정당이 전국적으로 후보를 내고 있다. 또 다른 51개 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은 주·지역 단위에서만 선거에 참여한다.

2015년과 2020년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아웅산 수치의 국민민주연맹을 포함해 약 40개 정당은 금지됐다. 수치와 당 지도부 상당수는 정치적 동기로 비판받는 혐의로 수감됐고, 일부는 해외로 떠났다.

선거감시단체 ‘스프링 스프로츠’의 대변인 틴 쿄 에이는 미얀마 나우와의 인터뷰에서 “투표를 여러 단계로 나누면, 당국은 1차 투표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전술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부 친주에 사는 랄 욱 땅은 민간인들이 “선거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군부는 나라를 어떻게 통치해야 하는지 모른다. 고위 지도자들의 이익만을 위해 일할 뿐이다. 아웅산 수치의 정당이 집권했을 때는 약간의 민주주의를 경험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울고 또 울 뿐이다.”

영국과 유럽의회 등 서방국가들은 이번 선거를 ‘가짜’라고 평가했으며,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은 어떤 선거보다 정치적 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군정은 선거에 대한 비판을 일축하며, 이번 선거가 “다당제 민주주의 체제로 복귀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우 민 툰 군정 대변인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선거는 미얀마를 위한 것이며, 미얀마 국민을 위한 것이다. 국제사회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군정 최고지도자 민 아웅 흘라잉은 이번 주 초,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를 향한 진전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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