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이후 시장이 잠잠해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오히려 집값 상승세가 강화되고 있다. 서울의 상승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도 주요 지역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무주택자들의 부담이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규제 지정이 ‘가치 인증’ 역할을 하면서 수요 심리를 자극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한국부동산원 주간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상승 폭을 더 키우며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거래량은 여전히 크지 않지만,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단지나 대단지, 역세권을 중심으로 호가와 실거래가가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송파·양천·동작 등 주요 지역에서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고, 용산·성동·중구 등 강북 주요지 역시 상승세에 동참했다. 전세시장도 함께 꿈틀대며 선호 단지 중심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규제 이후, 오히려 ‘선별 상승’ 가속… 경기도 핵심지에 자금 몰린다”
수도권에서는 경기도 일부 지역의 움직임이 특히 눈에 띈다. 용인 수지, 성남 분당, 하남, 과천 등 이른바 ‘핵심지’로 꼽히는 곳에서 가격이 빠르게 회복하거나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용인 수지구 상현동과 성복동 일대에서는 불과 한 달 사이 수억 원씩 상승한 거래가 확인됐고, 과천 역시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최고가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잠깐만요, 규제 맞나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규제지역 지정 이후 오히려 관심이 집중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선별 상승’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본다. 모든 지역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재건축·개발 모멘텀이 명확한 지역에 자금이 몰린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로 진입하기 어려운 수요가 경기 핵심지로 옮겨 타면서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규제는 불확실성을 키우기보다 오히려 ‘정부가 인정한 좋은 지역’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며 “특히 ‘좋은 집만 더 오르는’ 양극화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기간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재건축 추진 단지와 대단지, 교통 호재가 결합된 지역 중심 상승세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다만 금리 흐름, 추가 정책 방향, 실제 실수요 유입 여부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동시에 지적된다.
무주택자 사이에서는 “정책이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운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규제가 진정 장치가 될지, ‘역설적 불씨’로 남을지는 향후 몇 개월간의 거래 흐름과 심리 변화가 판가름할 전망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단기 대응보다 구조적 수급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며 향후 정부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