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이상백 기자]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신건강 진료를 받는 소아청소년 환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30만 명을 돌파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간한 생활 속 질병과 진료행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건강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소아청소년 환자 수는 총 35만 33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19만 8384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4년 만에 무려 76.6%나 늘어난 수치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소아청소년이 가장 많이 찾은 진료과 순위에서 정신건강의학과는 5위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지출된 관련 진료비는 2162억 원에 달해 안과나 내과, 피부과보다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과 성별에 따른 분석 결과를 보면 7세에서 12세 사이의 남자아이가 전체의 30%인 10만 5288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13세에서 18세 사이의 여학생이 27%를 차지했으며, 전반적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환자 수도 함께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질환의 종류는 연령대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소아기에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의 주요 증상인 운동과다장애가 가장 빈번했다. 실제로 국내 ADHD 소아청소년 환자는 2017년 약 4만 9000명에서 지난해 15만 명을 넘어서며 7년 사이 3배 이상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ADHD 진료가 늘어난 배경으로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부모들의 적극적인 진료 의지를 꼽고 있다.
반면 13세 이상의 청소년층으로 올라가면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관련 질환이 두드러졌다. 입시 위주의 학업 환경과 진로 고민, 대인관계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이 정신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연령대에서는 우울증인 우울에피소드가 가장 많았고 불안장애와 스트레스 적응장애가 그 뒤를 이었다.
심평원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기의 정신건강 문제는 성인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동기 과잉행동부터 청소년기 우울감까지 연령별로 나타나는 다양한 심리적 위기 신호에 대해 가정과 학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