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배현진(왼쪽) 의원과 주진우 의원. / 뉴스1
국민의힘 소속 이혜훈 전 국회의원이 이재명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발탁되자 당내에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3선 중진 의원 출신이 당적도 정리하지 않은 채 ‘전향’했다는 이유에서다.
배현진 서울시당위원장은 28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이혜훈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을 당협위원장의 몰염치한 정치 행보에 국민의힘 서울시당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배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강세 지역인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지낸 전직 중진의원이자 현직 중·성동을 당협위원장이 탈당계조차 내지 않고 이재명 정부에 합류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를 넘어선 명백한 배신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특히 재정전문가로서 대한민국 미래에 큰 위해가 될 이재명 정부의 포퓰리즘 확장 재정 기조를 막기 위해 우리 국민의힘이 혼신의 힘을 다해온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 지명자의 행보는 자기 출세를 위해 양심과 영혼을 팔았던 일제 부역 행위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배 위원장은 “국민의힘 서울시당은 이 지명자에 대한 즉각 제명을 중앙당에 강력히 건의한다”고 밝혔다.
주진우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후보자가 당협위원장 명의로 내건 ‘민주당의 내란 선동에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 사진을 게시하고 “보수의 변절은 유죄! 이혜훈 검증 착수. 시켜준다고 하냐”고 썼다.
주 의원은 별도 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 이혜훈 지명은 경제 폭망에 대한 물타기”라라며 “전국민 25만원의 역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빚내서 돈 풀면 결국 환율, 물가, 부동산 급등한다고 경고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급 고환율은 물가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극도의 수요 억제책으로 부동산도 폭등했다. 전세가 씨가 마르고 월세가 급등하면서 서민들은 살인적 주거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며 “포퓰리즘 돈 풀기는 마약과 같아서 끊으면 금단현상이 생긴다. 이혜훈으로 물타기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을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2차 내란특검하고 내란정당 해산시키겠다면서 계엄 옹호, 윤어게인하는 사람을 핵심장관으로 지명하는 이재명 정권.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라고 썼다.
당내 커뮤니티에는 이 후보자가 올해 ‘윤석열 전 대통령 석방하라’가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석한 사진이 돌기도 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수석부위원장단은 성명에서 “이 후보자는 오는 29일 중구성동 당원연수회를 위해 며칠 전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축사를 부탁했다”며 “인사 검증이 한 달 전부터 시작되는 점을 고려하면 극명한 이중적 행태”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즉각 서면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전 의원을 제명 조치했다.
국민의힘은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 오후 서면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해 당헌·당규에 따라 이 전 의원에 대한 제명과 당직자로서 행한 모든 당무 행위 일체를 취소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휴일에 발생한 긴급한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서면으로 안건을 상정하고 최고위원들에게 유선으로 찬반 여부를 물어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이 전 의원은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이재명 정부의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함으로써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을 남기고 국민과 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또 “국무위원 내정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선출직 공직자 평가를 실시하는 등 당무 행위를 지속함으로써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자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태로 당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당무 운영을 고의적으로 방해했다”고 했다.
이어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국무위원직을 정치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이재명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을 강력히 규탄하며, 대국민 사과와 함께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앞에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도 논란을 예상한 듯 발표 직후 지인들에게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청문회 걱정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정치활동을 소개하던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모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날 전체 비공개로 돌렸다.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정치에 입문해 17·18·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서울 중구·성동구을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지명 사실이 공개된 이날 오후까지도 이 지역구 당협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2021년 9월 국민의힘 대권주자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 캠프에 합류해 국가미래전략특위 위원장으로 일했으며, 올해 대선 국면에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