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가 최근 인사에서 사무관으로 승진한 팀장급 공무원에 대해 13년 전 성범죄 시도 의혹이 제기되자 즉각 직위해제 조치를 단행하고 경찰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20일 속초시에 따르면, 전날 속초시청 노조 게시판에 익명의 여성이 올린 폭로 글을 통해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지역 공직사회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피해를 주장한 여성은 2012년 4월 저녁 당시 동료였던 남성 공무원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성폭력 시도를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여성은 당시 동기 모임에서 친하게 지내던 선배로부터 커피를 마시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결혼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신혼 상태였던 그는 별다른 의심 없이 만남에 응했지만,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대화를 나누던 중 상대방이 갑자기 돌변해 포옹과 입맞춤을 강요했고, 이를 거부하자 목을 조르는 폭력까지 행사했다는 것입니다.
피해 여성은 “숨이 넘어가기 직전까지 갔다.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의 공포를 생생하게 회상했습니다. 간신히 가해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건물 밖으로 도망쳤지만, 당시 사회 분위기와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고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사건 이후 속초 출신이 아니었던 그는 주변에 도움을 청할 곳도 없어 결국 고향으로 전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트라우마는 여전히 남아있었고, 최근 공무원 탁구대회에서 가해자와 다시 마주치면서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해당 인물이 최근 속초시 인사위원회 승진심의에서 5급 사무관으로 승진이 결정됐다는 점입니다. 피해 여성은 “성범죄자가 사무관이 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 글은 속초시청 내부는 물론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속초시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즉각 대응에 나섰습니다. 시 관계자는 “온라인에 게시된 내용을 확인하고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관련 법령에 따라 해당 팀장을 직위해제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속초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직 전반에 대한 쇄신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시 인사 담당 부서는 “당초 예정에 없던 전보 인사를 오는 22일 단행해 과감한 인적 쇄신을 추진할 것”이라며 “공직사회 기강 확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해당 사건이 알려진 19일 오후 7시부터 속초시청 홈페이지가 일시적으로 접속 중단되면서 일각에서는 사건 은폐를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속초시는 “수전설비 교체 공사로 인한 정기 점검”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공직사회 내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조직 문화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드러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13년간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문제와 가해자가 아무런 제재 없이 승진까지 한 인사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유사 사례에 대한 전수 조사를 촉구하고 있으며,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징계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